• 최종편집 2026-04-18(토)
 
  • 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 - 문국진 저자(글), 글로세움 ·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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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부검의 선구자인 문국진 교수가 부검에 관련된 문제를 언급한 책이다. 지금이야 부검이 많이 진행되고 받아들여지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은 서서히 변화한다. 그러는 가운데 억울한 피해자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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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관법에 의한 검시

당시 유럽에 있어서의 검시는 관법에 의해 이루어 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범죄로 사망한 사건의 경우 범인이라고 추정되는 용의자를 살해된 시체의 옆에 데리고 가 손을 대게 하면 시체의 상처에서 출혈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범인이 옆에만(p. 25) 와도 출혈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것을 범행의 증거로 하는 검시가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독일(1660)에서는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면 엄지손가락을 잘라 보관 했다. 후일 용의자가 체포되면 그것이 10일이나 15일이 경과되었다 할지라도 용의자가 있는 방에 절단된 엄지손가락을 넣어 놓고 출혈의 유무를 관찰했다. 만일 출혈이 야기되면 그 용의자는 진범이므로 순순히 자백하지 않으면 고문해서라도 범행을 자백 받았다고 한다. 관법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의 상태로 약 50년이 지속됐다. 결국 진범이라면 자신이 가해한 피해 시체를 보거나 접촉하는 순간 얼굴의 표정이나 몸의 거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관찰해 변화가 심하면 진범이라는 단서로 이용(1726) 했다고 한다(p. 26).

 

사인구명에 대한 인식과 문제점

아직도 두벌주검이 문제인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 중에 '두벌주검'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글사전에서는 '해부한 송장을 일컬음'이라고 하였는데 시신에 칼을 대어 부검하면 두 번 죽는 것이라고 믿는 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의 뇌리에는 사람이 한 번 죽는 것도 억울 한데 왜 한 번 더 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런 연유로 유족들은 부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완강히 거부해왔다. 우리나라의 부검률이 외국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것도 이러한 인식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환자가 생존 시에 앓고 있 던 병에 대한 진단이 과연 정확하였는지, 그 질병에 사용된 약물이 어느 정도로 효과적이었는지 등은 사후의 부검을 통해서만 정확히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부검결과에 의한 의료행위의 비판과 반성, 이에 따르는 시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의학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p. 53) 경우는 부검이 여의치 못해 남의 나라의 통계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발전을 위한 부검은 고사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법 부검의 경우마저 두벌주검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검을 거부하기 일쑤다. 법의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두벌주검이라는 인식으로 끝끝내 부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법의학의 앞날은 뻔하다. 내가 법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에 빠졌던 것도 바로 이 두벌주검의 문제이다. 그래서 법의학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해보았다. 다음은 고질적인 두벌주검의 인식과 시체를 무서워하다 야기된 사건의 뒷이야기이다

 

사례 1 : 부검하면 정말로 두 번 죽는가

서양 특히 미국 사회에서는 부검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나는 한때 뉴욕대학에서 연구를 하며 법의부검의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경험한 일이다. 하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장거리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 즉 자신은 그곳에서 내과를 개업한 의사인데 아버지가 뉴욕에서 살다가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생존 시에 위암과 같은 증상을 보였으므로 아버지를 부검 해 정말 위암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자신과 자식들은 이에 대비해야겠으니 그 결과를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아버지의 뉴욕 주소를 알려 주었다(p. 54). 우리 식으로만 생각하자면 정말 고약한 사람이라 할 만하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자식이 당장 달려오지도 않고 게다가 아버지의 시체를 째서 위암 여부를 가려 만일 위암이었다면 자신과 자식들은 유전적인 것을 고려해 이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으로 말이다. 미국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전화를 받은 나는 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한국에서 겪었던 너무나 대조적인 사건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p.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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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351】 시신 부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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