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사과집 저자(글), 상상출판 · 2021년


9791190938631.jpg

    

딸만 있는 집에서 장례가 났을 때 결국 딸들은 상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현 장례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흥미롭게 읽었다.

 

신문사로고2.jpg

 

내가 목격하고 체험한 장례란 가부장적 '정상' 가족이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를 평가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여성과 남성이 할 일은 엄격히 나뉘어 있었고, 여성은 장손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겸허히 한 발짝 뒤에 서야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그간 모든 제사와 명절에서 반복된 전통적 여성상이 가장 강하게 재생산되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었다. 보수적인 가족상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정상 가족의 재현은 상업화된 장례 문화와 결합되었다. 개개인의 삶을 간과한 채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의미조차 알지 못한 채로 반복되는 제사들과 그저 때에 맞춰 기계처럼 세팅되는 제사 음식들. 그리고 그 앞에서 절을 하는 절차화된 의례, 품위와 품격이란 이름으로 높아진 각종 상조 용품들까지. 애도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장례를 치르며 내가 한 생각은 단 한 가지였다.

내 장례식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를 보내면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애도의 과정에서마저 내가 철저히 소외된 채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년 시절, 비슷한 또래의 남자 사촌들과 보낸 시간을 떠올렸다. 어른들은 초등학생이던 남자 사촌들에게는 미리 사회생활을 연습시켜주었다. "네가 자라서 해야 하는 일이다"(p. 23)라는 말과 함께 음주 예절이나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교복을 입기 시작할 때쯤엔 양복 입는 법을 알려주었다.

남자들이 미리 사회생활을 연습하던 그때 나는 무얼 했나. 음식을 들고 나르기 바빴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삶은 늘 비슷하게 이어졌다. 호주제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사라지고, 여성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등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중요한 관습과 비공식적인 유산은 여전히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들에게만 전해진다. 그런 문화에서 자라난 여성은 소중한 사람을 갑자기 떠나 보내게 되었을 때조차 주체적인 경험을 박탈당한다.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미리 내 죽음의 가치관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의 장례식을 바꾸진 못했으나 나의 장례식은 바꿀 수 있다.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겐 죽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p. 24).

 

KakaoTalk_20230919_112218604.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북토크336】 남성 중심 장례에서 딸의 위치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