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내가 나를 사랑합니다 - 김애순 김영자 김은자 박명숙 신봉덕 유현자 이순금 전차숙 최정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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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받는 작가 할머니들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2년 만에 쓴 시들을 모아 아름다운 시집을 만들었다. 살아온 인생이 묻어나는 진솔한 글들에서 마음이 따듯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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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순

여행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여수 밤바다.

야간 불꽃 구경을 했다.

참 재미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해서 참 즐거웠다.

그리고 낭만 버스 투어도 했다.

안내원이 설명을 잘 해주어서 구경도 잘했다.

올여름은 참 즐거운 여행이었다.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합니다.

 

김애순

나는 공부가 하고 싶어도 못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산에 가서 나무나 하고 지냈습니다.

부모님이 학교를 보내주지 않으셨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고 해도 잘 안돼요.

그래서 나는 재미가 없어도 해보아야겠지요.

지금에 와서는 엄마가 싫다.

애순아, 참 고생 많았다.

 

김영자

우리 엄마 손

거북이 등딱지처럼 갈라지고 흉하게 휘어진

못난이 우리 엄마 손

가만히 잡아보면 참 따뜻하다.

마른 장작처럼 가벼운 몸에 푹 꺼진 볼의

우리 엄마 얼굴 가만히 쳐다보면 미소가 참 따뜻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반쪽

젊은 시절 새마을 교육을 2박 3일 다녀온 당신

그런데 며칠 지나 나에게 편지가 왔다.

남편이 쓴 편지였다 웬 편지야? 하고 물어봤다.

교육감님이 집사람한테 편지를 쓰라고 했다고 말한다.

나는 눈뜬장님이라 읽을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이 정말 궁금하지만 자존심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랍 속에 곱게 접어 넣어놓고 잊어 세월이 흘러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30년이 지난 편지를 꺼내 보니 색깔이 누렇게 변해 찢어질까 봐 조심스럽게 펴어 읽어보니 이 편지를 쓰 면서

글 모르는 아내에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으로

물면서 썼을까,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남보다 한 발 더 앞서가는 사람

남보다 한 발 더 봉사하는 사람

당신께 믿음을 주는 사람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오.

나도 모르게 두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보 답답한 나를 만나 참고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2025년 6월 1일 일요일

못난 아내

 

김은자

80넘어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오늘은 마음먹고 밭에 나갔다.

고추도 따고 고구마 줄기도 따고 가지도 몇 개 땄는데

왜 이리 땀은 흐르는지 가슴은 답답해지고

느리기만 하네 고추는 빨갛게 그런대로 생겼구나,

그런데 나는 늙은 호박꽃에 비교할 수 있을까?

애호박도 아니고 늙은 호박꽃인데 뭐가 어때

80 넘어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지금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닐 때

일주일에 두 번씩 동네 도서관 가서

아우들 하고 공부도 하면서 재미나는 이얘기도 하며

웃고 수다 떨면서 즐겁게 이렇게 살다 갈란다

 

박명숙

나의 인생길

39살에 혼자되어

자식들 남매를 끌어안고

키우다 보니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네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육십이 되어가고

있네요

험한 고갯길보다,

오솔길을 가고 싶네요

 

신봉덕

나의 인생살이 1

눈이 펄펄 내리는 동짓달

열아홉 살 때 고무신을 신고 시집을

갔는데 신랑 얼굴도 못 보고 시집가다

스무 살에 큰아들을 낳았는데

쌀이 없어서 시누이가 쌀 한 마대를 줘서

밥을 해서 먹었다

그후로 넷을 더 낳았다

넷을 낳으면서 나는 논 한 마지기로 농사를 하고

남편은 머슴살이를 했다

그렇게 남의 살이를 하면서

가난한 생활을 보냈다

 

나의 인생살이 2

안양 언니가 내 남편이 아프니

시골에서 안양으로 오라고 했다

올라온 지 일 년도 안 돼서 언니가 죽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언니가 없어서인지 혼자 도시 생활을 했어야 했고

남편 수술비를 얻기 위해서

이 년을 일하면서 대소변을 받아냈다

그러면서 넷째까지 결혼을 하고

손주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손주의 자식들을 보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선생님과 함께하는 공부하는 것이

제일 행복하며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유현자

그날의 라면

어릴 적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웠다

어머니는 아이스크림 공장에 다니고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었다

우리 형제는 누나 셋과 나까지 사남매였다

어느 날 누나들과 있는 돈을 다 모아

라면을 사서 끓여 먹기로 했다

우리는 밥 한 그릇과 잘 익은 김치를

밥상에 올려놓고 물이 끓기만 기다렸다

"내가 더 많이 먹을 거야, 달걀도 넣으면 좋은데"

다들 기대에 부풀었다

당시엔 부엌이 밖에 있었다

둘째 누나가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나머지는 방 에서 기다렸다

"라면 다 익었어? 얼른 가져와"

"다 됐어. 지금 가지고 갈게"

그 순간 갑자기 밖에서

"앗 뜨거워!!"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둘째 누나가 라면을 가져오다 넘어지면서

마당에 그대로 엎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탄했다

둘째 누나는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그때 큰누나가 얼른 양푼에 면발을 주워 담았다

그러곤 수돗가에서 깨끗이 헹궜다

큰누나는 면에 고추장을 비벼

우리 앞에 한 그릇씩 놔 주었다

우리는 입가에 묻은 고추장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순금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말 한마디라도 조심스럽게 하는

보이지 않는 배려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만남으로 점점 더 깊어 가는

인생길

 

전차숙

우리 집 백일홍

우리 집 백일홍 넘 아름답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항상 방긋

웃으면서 나를 반긴다.

백일홍아,

너는 어찌 볼 때마다 웃고 있니?

참 신기하다.

다른 꽃들은 아침에 피고

해가 지면 지는데

너는 한번 피면 백일 동안

나에게 웃음의 선물을 주잖아

그래서 너의 이름이 백일홍인가 봐

백일홍아 아침마다 웃음의 선물을 주렴

 

최정녀

우리 동네 달맞이꽃

우리 동네 달맞이꽃 한 포기

어디서 날아와서 찻길 가에서

좁은 틈새 인도에서

어떻게 씨 하나가 뿌리를 내려서 컸는지

인도에서 사람들 발에 여러 번 밟혔을 텐데

어떻게 잘 커서 예쁜 꽃이 여러 송이 피었을까

참 노란 꽃이 예쁘구나

내년에는 여러 송이 꽃이 씨앗 되어서

외롭지 않겠구나

나는 너 옆을 지날 때마다

너를 쳐다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지나간단다

고맙고 사랑한다.

 

관련 기사 링크:

징검다리 작은도서관 할머니들, 작가로 등단하다 

http://www.lnsnews.com/news/view.php?no=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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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329】 늦깍이 작가 할머니들의 진솔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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