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 김순원 목사, 총신신대원 89회, 예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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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원 목사 가족 

3년 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우리는 당황했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아는 게 없었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나 공부 할래요” “무슨 공부?” “상담공부요.” 아내는 그렇게 집에서 가까운 서울여자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가족상담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30년 만에 시작된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컴퓨터도 자유롭게 다루지 못했고, 눈도 침침해 돋보기를 껴야만 책을 읽을 수 있어 공부하기엔 늦은 나이였지만 아내는 최선을 다했다. 평소 코를 전혀 골지 않았는데 공부 시작하면서부터는 매일 코를 골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교수에게 계속 질문하였고, 배운 내용은 끊임없이 내게 말하면서 익혔다. 덕분에 내가 야매로 상담 공부한 셈이다. 무엇보다 교수들이 추천한 전공서적은 모두 사서 줄을 치면서 읽고 또 읽었다. 솔직히 나도 학위공부 했지만 아내처럼 그렇게 전공서적을 열심히 읽으면서 하지는 못했다. 예전에 내가 공부할 때 아내가 최선을 다해 도왔듯이 이제는 내가 도울 일을 찾았다. 감사하게도 코로나 기간이라 시간적 여유로움이 생겨 도울 수 있었다. 라면과 김치찌개 정도 끓일 줄 알았는데, 유트뷰 선생들의 친절한 설명을 보면서 이것저것 요리를 해 보니 재미있었다. 요리가 별것 없었다. 짠맛과 단맛의 적절한 조화와 그 맛을 내는 재료를 무엇으로 쓸 것인지만 고민하면 되었다. 공부할수록 컴퓨터 다루는 실력이 늘어가는 아내의 손놀림과 요리할수록 양파, 대파, 마늘 등을 다루는 실력이 늘어나는 나의 손놀림은 비례하였다. 집에 있는 세 여자는 모두 공부한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유일한 남자인 나는 어설픈 칼질을 하면서 저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역할의 역전이 코로나 기간 우리 가정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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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졸업한 사모

아내는 공부를 곧잘했다. 첫 학기부터 성적이 좋더니 꾸준하였다. 하지만 4학기 째 논문과목은 너무 힘들어했고,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논문은 내가 가장 잘 하는 분야다. 국제신대원에서 논문 지도한 경험을 살려 아내를 도와주니 다시 힘을 얻는 것 같았다. 무사히 그 과목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4-5학기 때가 되니 상담인턴 과정까지 겹쳐 아내는 정말 바빴다. 놀이치료를 통한 아이와 부모 상담, 게다가 교회 등록한 새 가족들 상담 등 아내의 일은 점점 더 늘어갔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더니 무사히 모든 학위과정을 마쳤다. 며칠 전 대학원 교학과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모든 과목에서 에이 플러스 받아 석사과정 전체에서 수석 했다고 하면서 졸업식 날 석사학위증을 대표로 받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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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두 딸과 함께

오늘 아내는 길고 길었던 학위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3년 만에 대강당에서 행해지는 서울여대 졸업식은 찬양과 기도와 축복이 어우러진 은혜롭고 아름다운 예식이었다. 두 딸과 함께 가서 마음껏 축하해 주었다. 최선을 다한 아내가 멋있었고 아름다웠다. 앞으로의 아내의 사역도 많아질 것 같다. 이전보다 깨어진 영혼들이 더 많은 시대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을 다쳐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영혼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아내를 준비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녀와 28년을 함께 살아온 나는 아내를 믿는다. 아내는 가슴이 따뜻하면서도 지혜로운 여인이다. 그러기에 내담자의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고, 그들이 자신의 문제가 뭔지 알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좋은 상담사가 될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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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 목사의 아내 자랑-한 상담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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