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 김순원 목사, 총신신대원 89회, 예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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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다. 어머니가 천국으로 이사 가신지. 시골집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낡은 대문, 현관 경사로,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장독대, 집안에 가재도구 등...단지 어머니만 계시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마치 계신 것처럼 구석구석 흔적은 여전히 묻어있다. 어저께 오전, 온 형제들이 시골집에 모여 어머니 1주기 추도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누나들이 끓어 놓은 청도추어탕이 밥상에 올라왔다. 내게 청도추어탕은 어머니 냄새다. 맑은 추어탕에 제피가루 듬뿍 넣어 먹는 맛은 시골 가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천국 가시기 몇 해 전부터는 청도추어탕을 맛볼 수 없었다. 그 맛이 너무 그리웠다. 혹시 수도권에 청도 추어탕집이 있나 검색해 봐도 없었다. 청도 역전에 있는 추어탕 집에 전화해서 가격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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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맛있게 먹고 누나들은 아재 밭에서 냉이를 캐고, 나는 잠깐 동네 산책을 했다. 봄이 오는 길목이라 따뜻했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인적이 예전만 못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빈집도 더러 보인다. 집은 곳곳이 무너졌고, 잡초가 무성하다. 그 옛날 반들거리던 마당에서 구슬치기하며 놀았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마을 맨 위에 사시는 아재 집에 가면서 빈집을 가리키며 형에게 물어봤다. “이 집이 누구 집인교?” “내 친구 00집이다” 그 집 앞 담벼락에는 깨진 벽들이 두 개씩 겹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난 설에 보니 양지바른 그곳은 ‘미륵땡~’이라고 불리는 그 동네 아지매들이 겹쳐진 벽돌 위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 나누던 아지트였다. 아재를 뵙고 내려오면서 보니 옛 점빵도 보인다. 요즘으론 미니슈퍼다. 역시 텅텅 비어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라면부터 새우깡, 맛동산, 초코파이 등이 없는 것이 없었다. 밤마다 용띠 형들에 이어 양띠인 우리까지 뻔질나게 찾아가 내 친구 상이 어무이를 깨우며 많이들 외상으로 사 먹었다. 외상값은 다 갚았는지 모르겠다. 동네 냇가도 잡초가 무성하다. 예전에는 물도 많았고 피레미, 버들치, 중태기 등 물고기들도 많았다. 초여름부터 우리들이 뻔질나게 멱감았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고향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몇 장 더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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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로 살아가는 내게 토요일을 바쁜 날이라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누나들이 어머니가 담은 마지막 된장이라 하면서 담아준다. 간수를 뺀 소금 자루도 있어 챙겼다. 어머니를 만난 듯 기뻤다. 시골집을 떠나면서 수건 하나를 챙겼다. 수건이 없어서 챙긴 게 아니다. 집에는 삶아 뽀송뽀송한 깨끗한 수건이 많다. 하지만 시골집 수건이 좋다. 그 수건에는 고향 집 특유의 향이 나기 때문이다. 그 향은 내게 어머니 향이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다 그 향을 맡고 싶다. 그날 하루 왕복 8시간 운전했다. 설교 준비하고 늦은 밤에 잠자리에 누웠는데 곧바로 꿈이 꾸였다. 꿈에 어머니가 옛날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꿈결에 어머니 소리마저 들렸다. 너무 생생했다.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가 천국에서 잠깐 내 곁에 내려와 그토록 사랑했던 막내아들을 토닥여주고 간 것 같았다. 감사함이 넘치는 고향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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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부재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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