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372】 인간이 죽지 않고 계속 복제된다면?

입력 : 2026.03.30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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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키7-에드워드 애슈턴 저자(글) · 배지혜 번역, 황금가지 ·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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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원작 소설이다. 나는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가 재밌었기에 원작 소설을 보고 싶어 읽게 됐다.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봉 감독이 책의 주요 모티브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창작한 것이다. 이 책에 있듯이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복제 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소설과 영화다운 상상이고 그 안에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내재되어 있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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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미드가르드에서 겪고 있던 그 문제는 미드가르드를 떠날 때도 불거졌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엔지니어도 아니었다. 예술이나 오락, 글쓰기에도 재능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나는 이전 시대에 태어났다면 별 볼 일 없는 학문이나 연구하고 있었을 사람이었다. 이름 모를 도서관에서 찾은 별 의미도 없는 책을 뒤적이며 아무도 읽지 않을 연구 논문을 썼을 것이다. 그보다 이전에 태어났다면 공장이나 광산, 군대에 일생을 바쳤을 것이다. 하지만 미드가르드에는 별 볼 일 없는 학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웬이 아주 친절하게 지적했듯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큘러를 한 번 깜박이면, 또는 태블릿을 몇 번만 두드리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든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수고를 들이는 사람도 없기는 했다(p. 43). 당연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광산, 군대에 가는 사람도 없었다. 내게 주어지는 생활비는 먹고 살기에 충분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내가 발코니 밖으로 몸을 던진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을 텐데. 이런 이유로 예나 지금이나 무료한 청춘들이 으레 그래 왔듯, 나 역시 틈만 나면 사고 칠 궁리를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p. 44).

 

나는 맛없는 아침 식사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나사는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는 좀 힘들어. 그리고 네가 죽을 때마다 매번 더 힘들어져. 지난밤에는 정말 괴로웠어. 식 스가 죽었을 때보다도, 파이브한테 일이 생겼을 때보다도 더 힘들었어. 종료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나는 네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면서 계속 통신 가능한 거리에서 비행하고 있었어. 결국 포기하고 돔 격납고로 돌아온 다음에도 조종석에 앉아서 한 시간을 어린아이처럼 울었어. 하지만 지금 네가 여기에 있고, 네 이야기처럼 내가 만약 어젯밤에 너를 구했다면 지금의 너는 여기 없을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 불멸이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렇지?"(p. 83).

 

유니언에 속한 세계 수백 개 중에서 인류와 토착 생명체가 공생하는 장소는 딱 하나뿐이다. 이 행성은 은하계 나선형 팔의 거의 끝에 있는 M형 항성을 홀로 공전하는 작은 왜성으로 가장 가까운 개척지와 20광년 떨어져 있다. 인류가 가장 먼 곳 까지 나가 개척지 건설에 성공한 사례였다. 정착민들은 자신들의 행성을 롱샷이라 불렀다. 이 개척지의 성공 뒤에는 사연이 숨어 있다. 애초에 롱샷 행성에는 나무에 서식하는 두족류가 살고 있었다. 나는 이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이동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숲 지붕 색에 맞춰 색을 바꾸기 때문에 적외선 카메(p. 371)라 없이는 이들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행성에 하나뿐인 대륙의 중앙 고원에 모여 살았다. 처음 개척민들이 착륙했을 때 이들은 과학 기술이나 문화 면에서 미개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활용하는 능력은 농업이 발달하기 이전의 인류보다 크게 앞서지 못한 상태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다. 내가 본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원래 인간이 무기와 거주지, 플리터와 우주선을 발전시키게 된 이유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너무 서툴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롱샷의 토착 생물들은 생태계의 일원이 되는 데 서툴지 않았다. 그들은 총 없이도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다. 개척민들이 착륙했을 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상륙거점은 해안에 있었고 해안은 그들이 서식하는 산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개척민들도 토착 생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들이 낯을 가리고 일부 지역에서만 사는 데다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착륙 후 20년이 흐르도록 그들이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만남이 왜 다른 거점과는 달랐는지까지 역사책에서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가설은 세워 볼 수 있다. 서로 만나게 되었을 때 개척민들은 끊임없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행성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시간. 시간이 열쇠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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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중(Th.D) 기자 kbbj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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