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13(일)
 
  • 체크! 체크리스트-아툴 가완디 저/박산호 역/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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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 그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으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체크리스트의 사용이 업무의 효율뿐만 아니라 일의 성공과 실패, 나아가 사람의 생사도 좌우한다고 말한다. 체크리스트는 우리의 실수를 막아준다. 불완전한 기억력과 정신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한 사람의 기억력과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업무들이 생겨났다. 때문에 오랜 기간 훈련을 쌓아온, 노련한 전문가들조차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작은 실수들이 때로 뼈아픈 실패를 야기하기도 한다. 체크리스트는 바로 이런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외과의사인 저자는 수술실에 체크리스트를 도입했다. 그가 고안한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전 세계 8개 병원에서 실험한 결과, 3개월 동안 합병증 비율은 36%가 떨어지고 환자 사망률은 47% 감소했다. 그 결과,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현재 WHO에 공식 채택되어 세계 각지의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체크리스트는 끔찍한 사고를 막아주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들인 프로젝트를 보호해준다. 체크리스트는 단지 ‘지켜주기만’ 하는 방어기제가 아니다. 끔찍한 재난에서 인명을 구할 수 있고, 수술실에서 생명을 구해내며, 금융위기도 피할 수 있게 하고, 한 개인을 성공으로도 이끌어준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종이 한 장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예스24

 

나는 실제로 여러 경우에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의학이든 그 무엇이든 체크리스트는 우리의 두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유익하다. 단순한 것으로 책 한 권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다. 현재 이 책은 품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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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전문가의 시대, 즉 한정된 분야에서 일류가 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임상의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초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전문가에 비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중요하고 세부적인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이 종사하는 특수한 분야의 복잡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해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복잡한 상황에도 여러 단계가 있고, 고도의 지식과 전문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들조차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실수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수술보다 더 극도로 전문화된 분야도 아마 없을 것이다. 수술실은 집중치료실에서 하는 업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해지는 공간이다. 수술실에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고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마취의들이 있다. 그런데 마취의들조차 여러 분과로 나뉜다. 소아전문 마취의, 심장전문 마취의, 출산전문 마취의, 신경전문 마취의 등(p. 42) 여러 마취의들이 있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들도 전공 분야에 따라 분화되어 있다. 외과의 또한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의사들끼리 오른쪽 귀를 수술하는 의사와 왼쪽 귀를 수술하는 의사가 따로 있다는 농담을 하고 나서 정말로 그런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볼 정도다. 나는 일반외과의 교육을 받았지만 사실상 일반외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궁벽한 시골 병원을 제외하고 말이다. 한 사람의 외과의가 모든 수술을 해낼 수는 없다. 나는 종양학에 집중해서 환자를 보기로 결심했지만 이조차 너무 광범위했다. 그래서 응급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외과 기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내분비샘암 제거에 대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쌓아왔다. 한때 아주 간단한 수술에서조차 사망위험률이 두 자리 숫자였던 적이 있었다. 수술 후 환자의 회복 과정이 길었고, 장애가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십 년 동안 급격하게 외과 수술이 전문화되면서 수술 능력과 성공률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줄지는 않았다. 미국인들은 일생 동안 평균 7번 수술을 한다. 외과의들은 매년 5000만 건이 넘는 수술을 한다. 너무 많은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피해 역시 크다. 미국에서는 매년 15만 명 이상의 환자가 수술로 인해 사망한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3배가 많은 수치다. 게다가 연구에 따르면 수술로 인한 사망과 주요 합병증의 절반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극도로 전문화되어서(p. 43) 그에 따른 특수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실수할 것이다. 실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의학이 거둔 눈부신 성공 뒤에는 많은 실수와 실패가 존재한다. 의학계는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의 전문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초전문가까지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 의학과는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얻었다(p. 44).

 

1935년 10월 30일 오하이오 주 데이턴의 미 육군항공대에서 군에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를 공급하고자 경합을 벌이던 항공기 제조업 자들을 대상으로 비행 시합을 열었다. 사실 그건 시합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초반 평가에서 보잉의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합금 모델 299기가 다른 항공기 제조회사들, 즉 마틴과 더글라스를 제치고 완승을 거둔 상황이었다. 보잉의 폭격기는 육군이 요청했던 것보다 5배나 더 많은 폭약을 탑재할 수 있었고, 이전에 나온 폭격기들보다 훨씬 빠르며, 2배나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시애틀 상공에서 시험 비행을 하던 모델 299기를 본 한 기자는 '하늘의 요새'라는 표현을 썼고, 그것이 그 폭격기의 별명이 되었다. 군 역사가인 필립 마일링거에 따르면 그 비행 시합은 단지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육군에서는 그 항공기를 최소 65대 주문할 계획이었다(p. 47). 이날 군 고위층과 항공회사 중역들이 모여 모델 299기가 시험 비행을 하기 위해 활주로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델 299기는 날개 길이가 31미터에 달하고, 날개에서 그때까지 일반적이던 쌍발 엔진이 아닌 4발 엔진이 튀어나와 있었다. 아주 날렵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부드럽게 이륙해서 100미터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엔진이 꺼지며 한쪽 날개에 의지하더니 그대로 폭발해서 추락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조종사인 육군 소령 플로이어 힐을 포함해 승무원 5명 중 2명이 사망했다. 사고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델 299기에는 4개의 엔진과 접어 넣을 수 있는 착륙 장치, 날개 플랩, 속도에 따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하는 전기 트림 탭(trim tab), 비행기가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유압 조정 장치로 조정하는 정속 프로펠러를 포함해 조종사가 신경 써야 할 복잡한 장치들이 아주 많았다. 힐은 이 모든 장치들을 조종하느라 승강타와 방향타의 새 제어 장치를 깜빡 잊고 해제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모델 299기는 한 신문에서 보도한 대로 ‘한 사람이 조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비행기’였던 것이다. 육군항공대는 더글라스의 좀 더 작은 폭격기를 시합의 승자라고 발표했다. 보잉은 이 사건으로 인해 파산할 뻔했다. 하지만 육군은 모델 299기를 테스트 비행기로 몇 대 구입했다. 육군에 이 폭격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p. 48). 테스트 비행 조종사들이 모여 어떻게 이 폭격기를 조종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혜를 모았다. 그들은 모델 299기를 모는 조종사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이 훈련시키지는 않기로 했다. 육군항공대의 테스트 비행 조종사들 가운데서 최고였던 힐 소령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고안해냈다. 조종사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이 체크리스트 덕분에 이후 항공술은 고도로 발달했다. 초기 비행 시대에는 비행기를 상공에 띄우는 일이 불안하기는 해도 복잡하지는 않았다. 비행이 차고에서 차를 후진해 빼는 것처럼 단순하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때는 체크리스트가 전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성능 좋고 복잡한 비행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조종이 어려워 졌다. 비행사가 아무리 노련한 전문가라고 해도 한 사람의 기억력에만 의존해 조종하기에는 복잡한 장치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테스트 비행 조종사들은 한 장의 색인카드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는, 짧고 단순하며 핵심 사항만 담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이륙, 비행, 착륙, 지상 이동을 단계적으로 체크할 수 있었다. 체크리스트에는 모든 비행사들이 알고 있는 사항과 꼭 실시해야 할 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브레이크를 풀었는가, 계기가 제대로 세팅 되었는가, 문과 창문이 닫혀 있는가, 승강타 제어 장치가 풀려 있는 가 등 간단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체크리스트를 도입한 결과는 놀라웠다. 조종사들은 모델 299기로 총 180만 마일을 비행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 결국 육군은 모델 299기를 1만 3000대 더 주문했고, 이 폭격기에는 B-17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p. 49)제 이 거대한 야수를 다를 수 있게 된 미 육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항공전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보이면서 나치 독일에 치명적인 폭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p. 50).

 

항상 이런 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만 해도 일부 비행 조종사들은 아무리 신중하게 고안된 준비 절차라고 해도 콧방귀를 끼어대며 무시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다. "난 비행하면서 한 번도 문제가 없었어"라고 그들은 말했다. “그냥 가. 다 괜찮을 거야” 혹은 "내가 캡틴이야. 이건 내 비행기야. 너 희들이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도 자주 했을 것이다(p. 238). 1977년에 일어난 테네리페 참사를 예로 들어보자. 이 사고는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안개가 낀 카나리아제도 활주로에서 보잉 747 여객기 2대가 고속으로 충돌해 비행기에 탑송한 583명이 사망했다. 그중 한 대인 KIM 항공편의 기장이 활주로에서 이륙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관제탑의 지시를 오해하고, 관계의 지시 내용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조종사의 말도 무시 했다. 사실 그때 같은 활주로의 반대편에서 팬암 여객기가 먼저 이륙하고 있었다. "팬암 여객기가 이륙 승인을 받은 거 아닐까요?"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물었다. "아니, 우리가 받았다니까." 기장은 이렇게 주장하면서 계속 활주로로 나아갔다. 기장이 틀렸다. 부조종사는 이 점을 즉시 간파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들은 한 팀이 될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부조종사는 승인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기장을 멈추게 해서 혼란스런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다. 기장은 막무가내로 계속 밀고 나갔고 결국 모두를 죽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프로토콜을 충실하게 따르면 경직돼 보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따르면 아무 생각 없는 로봇처럼 체크리스트에 머리를 처박고 있느라 밖을 내다보고 그들 앞에 펼쳐진 진짜 세상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면 실상은 그 반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쓸데없는 일에 방해받지 않도록 해주고, 일상(p. 239)적인 일들(예를 들어, "승강타 제어 장치가 세팅이 됐나?" "환자가 항생제를 제때 맞았나?" "매니저들이 모두 주식을 팔았을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이해했나?" 등)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주며 중요한 일("어디에 착륙해야 할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여기서 내가 본 예리한 체크리스트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체크리스트는 엔진이 하나인 세스나를 몰다가 엔진이 작동되지 않을 때 적용하는 것으로 브리티시에어라인과 조건이 같다. 다른 점은 조종사가 한 명뿐이란 것이다. 이 체크리스트는 엔진의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 연료 차단 밸브가 오픈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예비 연료 펌프 스위치가 켜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같이 중요한 6단계로 압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항목이 하나 있다. 이 단계는 아주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다. '비행기를 조종하라'가 그것이다. 조종사들은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추가로 무슨 문제가 생길지 생각하느라 뇌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깜박 잊어버릴 수 있다. 체크리스트를 따른다고 경직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체크리스트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p. 240).

 

다른 수많은 분야도 사정은 같다. 우리는 교육계, 법조계, 정부 프로그램, 금융계, 혹은 다른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고나 실패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실수의 패턴을 찾지도 않고, 그에 대한 해법을 고안하거나 개선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핵심 포인트다. 우리는 온갖 종류의 실패들, 즉 빠뜨리고 지나간 세부적이고 미묘한 사항들, 못 보고 지나친 정보와 터무니없는 실수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대개 우리는 좀 더 열심히 일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뒤처리를 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육군 조종사들이 반짝거리는 신형 모델 299 폭격기(B-17, 너무 복잡해서 어떤 인간도 조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p.250)계)를 보면서 생각했던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잡혀 있지 않다. 이 조종사들 역시 ‘좀 더 열심히 노력’하기로 결정하거나 아니면 그 비행기의 추락 사고를 ‘실력이 부족한’ 조종사의 실패로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받아 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들은 체크리스트의 단순함과 진가를 알아 차렸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사실 복잡한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아주 뛰어난 능력과 결단력을 지닌 사람들조차 계속 같은 공을 떨어 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패턴과 그에 따른 대가를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볼 때가 되었다. 체크리스트를 써보라(p.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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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35】 체크리스트는 쉬우면서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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