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7(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봤다. 재밌게 봤다. 정말 재밌었다. 블랙 코미디다.

 

실직한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에 있는 사람을 제거하고 경쟁자가 될 가상의 입사 지원자들 두 명도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내용이나 연기나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들 몇 가지.

 

첫째, 해고는 살인이다. 평안했던 가정에 가장의 실직은 위기였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해고는 늘 있는 일이다. 대기업 등은 그나마 대우가 좋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둘째, 재취업은 쉽지 않다. 특히 산업의 흐름과 방향이 변할 때 이전 사람들은 도태된다. 요즘은 자동화, 무인화가 대세이다.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이다. 앞으로 그 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생존하려면 자기만의 주특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해고 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모두 제지업에 종사했다가 해고됐는데 여전히 그 일에 미련이 있었다. 한 사람은 해직 후 폐인이 됐고, 다른 사람은 전업했고, 주인공 이병헌은 하던 일로 돌아가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때 총 맞아 죽는 해직자와 이병헌의 부인들은 남편들이 다른 재능을 살려 취업할 것을 조언하나 듣지 않는다.

 

부인들의 말을 들었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나 그들은 오랜 기간 해왔던 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하며 고집을 피우다 죽거나 살인자가 된다.

 

나도 어찌 보면 해직자였다. 담임 목회 30년을 할 수 있는 40살에 위임 청빙을 받아 갔는데 그만 15년 만에 나오게 됐다. 아마 싸웠으면 버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가 내가 병들어 죽을 것 같아 7개월 만에 정리하고 나왔다.

 

그리고 어쩌다 기자가 됐고, 인터넷 신문을 창간했다. 그래서 영화가 남다르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영화 제목은 “어쩔 수가 없다”다. 즉 주인공 이병헌이 살인자가 된 것은 해고당했기 때문이고 가정을 위해 재취업 하기 위해서는 살인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어쩔 수가 없다는 변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쩔 수가 없는 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다. 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린다. 물은 흐르다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보고 안 되면 물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넘어버린다.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은 그래서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수긍이 안 되기도 한다. 삶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다. 굳이 한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른 길의 인생을 사는 것도 재미있다. '어쩔 수가 없다'가 변명이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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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어쩔 수가 없다”....“그렇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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