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0(목)
 
  • 탐정이 된 과학자들 - 마릴리 피터스(다른 ·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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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내가 살면서 겪은 가장 큰 전염병이었다. 메르스와 사스도 있었지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대규모 전염병은 앞으로도 더 발병할 것이다. 과거 큰 질병이 국가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들었다. 우리가 공동으로 살고 있는 지구를 잘 관리하는 것이 이러한 질병을 피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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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독감이 남긴 교훈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염병의 범유행이 끝난 지 100년이 지났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스페인독감이 남긴 기록을 연구하고 있다. 이 병이 어떻게 그토록 광범위하게, 그토록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는지를 이해하는 한편 병의 확산을 늦추는 데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스페인독감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유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전염병학자들이 '비약물적 중재 조치(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 NPI)'라고 부르는 방법에 의지해야 했다. 비약물적 중재 조치로는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집에 머무르기, 외출할 경우 다른 사람과 안전한 거리 유지하기, 모임 안 하기 등이 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공중보건 당국에서는 사람들에게 1918년에도 효과가 있었던 규칙을 그대로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비약물적(p. 153) 중재 조치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학교와 회사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면서 오로지 식료폼을 구하기 위해서만 외출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에(p. 154) 대해서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 문제에 대해 스페인독감을 겪었던 도시들의 경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1918년의 자료를 연구한 전염병학자들은 시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교회나 극장, 학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발 빠르게 폐쇄한 도시들에서는 감염률이 낮았고 사망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규칙을 완화하자마자 독감은 다시 돌아왔다. 과학자들은 1918년 범유행 당시 도시들의 유행 곡선을 비교한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실천한 도시에서는 2차 유행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스페인독감(p. 155) 유행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집에 머무는 것이었다(p. 156).

 

에볼라가 걸어온 길

과학자들은 기상 위성의 자료를 이용하여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유행시킨 환경 조건의 퍼즐을 다음과 같이 완성했다. 기나긴 가뭄이 몇 주 동안 이어진 비로 끝이 났다. 마침내 기니의 도시와 마을 주변의 농장과 과수원에 열매가 가득 맺혔다. 잘 익은 과일 향기가 배고픈 동물들을 숲 밖으로 이끌었다. 유인원과 박쥐 들은 나무 아래 한데 모여 잔치를 벌였다. 과일박쥐는 먹이를 지저분하게 먹는 동물로, 반쯤 먹다 남긴 과일을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 놓았다. 바닥에 떨어진(p. 184) 과일 조각을 먹은 유인원은 과일에 묻은 박쥐의 침이나 배설물을 통해 병원균을 섭취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유인원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자 사냥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p. 185).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답을 알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언제 이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손쉬운 대답은 “신규 감염률이 감소할 때 이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일 것이다.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집단 면역”을 형성하게 된 결과, 바이러스가 더는 새로운 숙주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는 백신이 개발될 수도 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어려운 대답은 "앞으로 우리 삶은 절대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코로나19는 동물 몸 안에 사는 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다. 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졌고 그 후 고작 몇 주 만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와 동물, 그리고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세계에 알리는 경종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우리 이웃 생태계와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인류의 건강은 야생생물의 건강, 그리고 야생생물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가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숲의 나무를 쓰러트리고 개간한다면, 그 행동은 우리 자신의 안전에 해가 되어 돌아오게 된다(p. 246). 1918년 스페인독감이라는 마지막 범유행을 겪고 난 뒤 사람들은 그 사건을 과거로 묻어 두고 새로운 세기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고, 그 새로운 세기에 질병을 물리치기를 희망했다. 우리는 모든 전염병의 유행과 범유행을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할 기회를 얻는다. 우리는 기억하고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전염병을 다룬 이 책을 덮을 준비가 되었을 때, 이것이 우리 미생물 친구에게 듣는 마지막 소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좋든 나쁘든 미생물도 우리 세계의 일부이며 미래에는 아마도 더 많은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전염병 유행과 범유행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인간 전염병학자와 동물 전염 병학자를 포함한 질병 탐정들에게 계속 의지할 것이다(p. 247).

 

장구한 전염병의 역사를 보면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100년마다 범유행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던 19세기에는 콜레라가 대유행했고, 20세기 초에는 1차 세계대전과 함께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급격한 생태 환경의 파괴로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된 경우다. 21세기에 들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과 생태 환경의 파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전염병은 인간에게 여전히 위협적이며 한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앞으로 21세기는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새로운 사회로 가는 계기를 전염병이 제공해 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고 있다(p.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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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인류 건강을 위한 의료진의 희생적인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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