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0(월)
 
  •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 김영화 김호성 나경희 송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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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죽음 앞에서 남녀의 대응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남자는 분노하고 여자는 남은 자들을 걱정한다. 그러다 죽음을 맞는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여전히 일상은 반복된다. 마치 내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도 여전히 승객을 태우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가듯이. 죽음이 임박하면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해야하는가? 자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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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진회 : 저희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적이 있는데, 병석에서도 저를 돌봤어요(웃음). 당신이 맏며느리로 시어머니와 50년 가까이 살았고, 딸 다섯을 키우는 동안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으로만 살아와서 돌봄을 받을 줄 모르는 거예요. 간병인이 있는데도 필요한 걸 요청하지 못하시더라고요. 핵심이지만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아요. 돌봄을 수용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받고, 보호자 혹은 돌봄 제공자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공백이에요. 몸이 아프거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돌봄을 계속 받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현재 돌봄은 자본의 방식으로만 굴러가요. 고용-피고용 관계에서 '갑질'하지 않으면서 돌봄을 수용하는 것도 질병과 죽음을 사유하는 데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 김호성 : 호스피스에 입원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약 3주 안에 소천하세요. 한 달이 채 안 되는 이 기간이 참으로 짧고, 또 소중하죠. 하지만 대개의 환자들이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성별에 따라 그 이유가 좀 달라요. 아버님들은 신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몸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와 부정이 큽니다. 보통은 하고 싶은 걸 웬만하면 하고 사셨거든요. 아프면 몸의 자율성이 사라지잖아요. 그걸 잘 못 견디세요. 남은 시간을 충분히 잘 사용하지 못하고 감정에 많이 얽매여요. 코로나19 전에는 이런 문제로 환자들이 힘들어하시면 종교인 상담을 연계하기도 했죠. 하지만 실존적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반대로 어머님들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느라 남은 시간을 잘 못 보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자식, 내 남편은 어쩌지'라는 근심걱정에 꽉 차 있어요. 제가 어머님들에게 자주 드리는 말씀은 '이기주의자가 돼야 한다'예요. 아버님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안 해요. 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자기를 위해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죠. 

• 조한진희 : 아픈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성별 차이가 있다는 걸 느껴요.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삶에서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선순위도 성별에 따라 다릅니다. 여성들은 관계를 고민해요. 말씀하신 대로 남겨질 자식 걱정을 먼저 하죠. 반면 남성은 주로 외로움을 표현하는 등 절망 서사가 강한 편입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수치심이 커요. 이를테면 여성은 월경 같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을 자기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경험을 계속 하거든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질병은 여러 의미로 여성과 가까워요.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돌보는 주체를 여성으로 호명하죠. 또 ‘아프다’는 상태,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잘 수용하도록 사회화된 것 같아요. 반면 남성들은 자신의 아픈 몸을 수용하기 힘들어하죠. 수용, 비수용의 문제보다는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해야겠네요(pp.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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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죽음 앞에서 남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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