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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10】 헌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십 년 넘게 한 자리에서 작은 책방을 알뜰살뜰 꾸려 온 경험 많은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책방 일을 쉽지 않다. 수익도 많이 나지 않아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일해야 할 때도 많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해야 책방을 잘 꾸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주인장 혼자 꾸려 나가기에 적당한 책방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책방으로 쓸 공간을 임대할 때는 어떤 조건들을 따져 봐야 하는지, 서가는 어떻게 꾸며야 하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 어떤 이벤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홍보는 며칠 전부터 해야 하는지 등, 초보 책방지기라면 누구든 궁금해할 질문들을 거의 모두 다뤘다. 하지만 모름지기 대형 서점이 아니라 작은 책방이라면 무엇보다 주변의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서점에서 주목받지 못해 출간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묻히고 잊히는 책이 다시 생명력을 얻는 공간,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이 왔을 때 얼른 내어줄 수 있는 눈 밝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읽고 싶어 찾아갔을 때 나에게 뭔가를 자신 있게 권해줄 책방지기가 있는 공간이 작은 책방의 진정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교보문고. 요즘 흥미롭게 읽는 저자의 책 중 하나다. 헌책방을 하며 헌 책을 소재로 책을 쓰는 작가를 겸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작은 책방을 알리기 위해서는 돈과 인력보다는 시간과 진정성이 필요하다. 애초에 작은 책방과 돈 냄새 나는 홍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책방의 홍보 전략은 찾아온 손님이 스스로 주변에 자연스럽게 알리게끔 유도하는 게 이상적이다. 홍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성 공 확률도 높다. 전단을 만들거나 인터넷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우선 고민한다. 이를테면 책방에 포토존을 만드는 건 어떨까? 주의할 것은 벽에 천사 날개 그림을 그려 놓고 '너의 꿈을 펼(p. 68)처봐"라든지 ‘Fly High!’ 같은 문구를 써넣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에 가보니 멋진 포토존을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랗게 'Photo Zone'이라고 써 놓기도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기를 당부한다. 예쁘게 꾸몄다면 거긴 누가 봐도 포토존이니까. 책방의 특정한 곳을 특별히 예쁘게 해 놓으면 사람들은 거기서 사진을 찍고 그걸 자신의 SNS에 올릴 것이다. 책방 이름까지 태그한다면 자동으로 홍보가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지정한 것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반대로 책방 내부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궁금증을 커지게 하여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방법인데(앞에서 말했던 시모키타자와의 '다윈 룸'이 그렇다), 역시 그 방법은 약간 위험하다. 적극적인 홍보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진 촬영을 허용하자. 하지만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하는 것보다는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인장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써 놓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지나치게 자유로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면 책방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양해를 구하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손님과 주인장이 대화하게 되고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SNS에 긍정적인 포스팅을 올릴 확률도 높다(p. 69). 골치 아픈 단골손님 ‘ㅅ’ 씨 책방에 자주 오는 손님일수록 좀 더 예의를 차리면 좋겠습니다. 예의랄 것도 없습니다. 상식선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책방에 자주 들러 친해졌다는 이유로 무례한 요구를 하거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참기 힘듭니다. 이를 테면 'ㅅ' 씨는 가끔 와서 책을 사는 손님인데 어느 날부터는 책을 전혀 사지 않는 겁니다. 이유인즉슨 아무래도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니 자신의(p. 123) 경제 사정으로는 책방에 와서 책을 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진열된 책을 일일이 사진 찍습니다. 촬영해 둔 책을 참고해서 온라인으로 살 거랍니다. 그것까지는 참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책을 펼쳐 놓고 본문을 한 장 한 장 촬영하고 있는 겁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책은 본문만 읽으면 되는데 굳이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답니다. 결국 그렇게 촬영한다며 무리하게 펼쳤던 책은 책등이 갈라져서 팔 수도 없게 됐어요. 하긴 어떤 손님은 자기는 책방에 자주 오니까 책을 빌려 줄 수 없냐고 합디다. 잠깐 참고만 할 거라 사긴 아깝고 하루 정도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그건 좀 곤란하다고 했더니 태도가 싹 바뀌더라고요. 자주 오는 사람인데 못 믿느냐고, 그러는 거 아니라며 불퉁하게 말합니다. 속으로 외쳤어요.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제발 자주 오지 마세요! 자주 오면 뭣합니까. 책도 거의 안 사잖아요. 여긴 책방이지 당신 친구네 집이 아닙니다! 또 어떤 분은 책을 고르더니 책값을 집에 가서 송금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건 좀 곤란하고 내일 다시 오시면 구입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해 놓겠다고 하니 화를 냅니다. 그 역시 책방에 자주 오는데 왜 사람을 못 믿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책방에도 자주 오겠지만(실은 한 달에 한두 번 들르는 정도지만) 아마 이 동네 대형마트에는 더 자주 갈 겁니다. 그런데 마트 계산(p. 124)대에서도 그런 요구를 할까요? 정말 놀라운 일은 가끔 책방에 처음 온 분도 이렇게 집에 가서 책값을 이체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실제로 이런 요구를 들어준 적이 있는데요, 결국 그 손님은 책값을 보내지 않았고 그 후로 책방에 다시 오지도 않았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Y 씨는 한숨을 쉬고 잠시 눈을 감았다(p. 125). 더 큰 문제는 책을 읽는 행위조차 비난당할 때가 종종(p. 151) 있다는 사실이다. 설마 그럴까 싶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은 우리의 친구이며 평생토록 가까이 해야 한다고 교육받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지극히 범위가 좁다. 학습(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돈 잘 버는 법이나 남보다 앞서가는 방법 등 궁극적으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 이긴다는 목적에 맞는 책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나는 자가용이 없어서 강연하러 갈 때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앉은 어르신이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그렇게 물어 오기 전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책을 안 읽는다며 혼잣말처럼 한 2~3분 정도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게 못마땅했는데 마침 옆에 앉은 젊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심 흐뭇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더니 대뜸 화를 내는 거였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젊은 사람이 한가롭게 소설 따위나 보고 있느냐며 호통을 치는 게 아닌가. 훈계는 꽤 오래 이어졌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며 돈을 많이 벌어 둬야 할 젊은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 읽고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말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젊었을 때 항상 새벽에 일어나 직장에 갔고 밤늦게까지 일해서 책을 읽는 건 꿈도 안 꿨다고 했(p. 152)다. 나는 이 일화를 학생 대상의 강연 때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젊을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늙어서 꽉 막힌 사람이 되니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p. 153). 자기가 원하는 책만 골라서 책을 읽는 건 입맛에 맞(p. 155)는 것만 골라 먹는 편식과 다를 바 없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길 잃기에 있다. 처음에는 관심이 생긴 주제에 빠져들었다가 우연히 이런저런 다른 책을 만나고 그러다 그 속에서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그렇게 잃어버린 길에서 발견하는 것이 혼돈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라는 사실을. 인간을 발전시킨 수많은 발견은 대부분 누군가가 샛길로 빠진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원하는 책'만' 읽고 거기서 익힌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우주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맴돌았던 자신의 발자국만 겨우 보게 될 뿐이다. 그러니 작은 책방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역할을 한다(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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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선거7】'내로남불’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똑같은 상황임에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은 정당화하고, 타인의 행동은 비난하는 이중잣대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풍자 표현이다. 이 말은 1990년대 박희태 전 국회의원이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멀쩡했던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름 “교권”을 가지게 되면 내로남불로 타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권력은 이처럼 사람을 타락시키는 독이 있다. 마지 반지의 제왕이 나오는 절대 반지와 같이.... 내로남불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양심을 파는 일이다. 자기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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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6】 “너나 잘 하세요!”
“너나 잘 하세요”는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 배우 이영애 주연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대사이다. 이 명대사의 핵심 의미와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대사의 의미: 전도사(배우 김병옥)가 금자에게 회개와 구원을 권하며 설교를 늘어놓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속죄하려는 금자가 차갑고 단호하게 내뱉는 대사로서, “남의 일이나 신념에 간섭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탄생 비화: 박찬욱 감독이 무명 시절 오지랖 넓게 충고하던 지인에게 욱해서 던졌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대사는 13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치밀한 복수를 실행하는 금자의 서늘한 내면을 완벽하게 대변하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명대사이다. 총회 임원이나 어떤 자리를 맡으면 가르칠려고 하고, 지적질할려고 한다. 그때 “그런 당신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하는 의문을 갖는다. 총회의 각 자리에 앉은 목사, 장로들이여! 자리에 앉아 권세를 부릴려고 하지 말고 본을 보이기 바란다.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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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5】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글 제목의 정확한 워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이다. 이 말은 경거망동한 안철수를 주저앉힌 청와대의 말이다. 과거 안철수 의원이 '윤안 연대'나 '윤핵관' 같은 표현으로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대통령실 차원의 강력한 제재나 불이익(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압박이었다. 실제로 이 경고 직후 안 후보는 캠프 전열을 재정비하고 메시지 수위를 낮춰야 했다. 111회 총회에 여러 후보들이 나섰고, 이들은 나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8월 예비 후보 등록을 하면 그때 언급해야할 후보들이 여럿있다. 그들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감추고 있는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자기를 살피지 않고 나선 예비 후보들을 볼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 떠오른다. 차라리 후보로 나서지 않았으면 그냥 묻히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로 나선 이상 그들의 과거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본전도 못찾을 수 있다.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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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4】 “깜도 안 되는 것들이...”
“깜”이란 것은 어떤 일의 자격이나 수준을 말한다. "그 사람은 대통령 깜이 안 된다"처럼 사람이나 사물이 어떤 기준, 자질, 역할에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총회 일을 하겠다고 왔다갔다하는 목사와 장로들 중에는 한숨 유발자들이 있다. 깜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용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재주도 용하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총회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제발 111회 총회 때는 깜도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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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9】 자이니치로서 겪은 삶에서 나온 글
『사랑할 것』은 《고민하는 힘》과 《살아야 하는 이유》의 저자 강상중이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으로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위로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냉철한 지식인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게 담담히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나에서부터 사회, 국가까지 아우르는 글 총 100개의 글을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실었다. 첫 번째 장에서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족, 꿈과 사랑, 청춘의 고민거리, 강상중이 만난 잊지 못할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주하고 있는 세상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경계인인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의 소설가 이츠키 히로유키 선생과의 대담으로 이어진다. 강상중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울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사랑’이 바탕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이에 자신과 사회, 국가와 시대를 아우르는 고민 속에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며 현대인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교보문고.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더 찾아 읽고자 한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됐다. 꿈에 그리던 소녀의 얼굴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나의 구마모토 시대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승낙하기는 했지만 그때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소녀가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그 소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여기서는 K라고 부르겠습니다. 자위대 간부인 아버지의 전근으로 일본 각지를 전전했다는 그 소녀는 편안한 표준어로 전학 인사를 했습니다. 표정과 복장이 모두 세련되어 계속해서 눈길이 갔습니다. 그때까지 본 적이 없는 눈부신 히로인의 등장이었습니다. 선머슴 같았던 나는 K에게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 강하게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그녀도 나에게 관심을 보여 주었고 "데츠오의 집에 놀러가고 싶어. 집이 어디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과도하게 반응했고 조금 심한 말을 던져서 그녀의 호의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6학년으로 올라가서 반이 바뀌어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녀가(p. 56) 다시 내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내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다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나는 멍해졌고 한동안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방송 스태프가 나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K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스태프가 조심스레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신문에서 오려 낸 종이였습니다. 그 종이를 읽어 보니 미야자키현의 어느 도시에서 19 세의 단기대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뒤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 다음날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학생의 이름은 K와 같았습니다. 언뜻 생각이 미쳐서 신문의 날짜를 확인해 보니 쇼와 45년(1970년)이었습니다. K는 이미 40년 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던 것이지요. 순간 말문이 막혀 종이를 손에 든 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생에는 여러 종류의 잔혹함이 따라다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갑자기 잘려 나가기도 하지요. 남아 있는 사람은 그 죽음의 의미조차 찾지 못해 가슴 아파합니다. 사실 의미를 찾을 방법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방법도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새삼 그 문제에 직면해 있습(p. 57)니다. 내가 K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이유는 쾌활함과 명랑함만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났던 순수한 나날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에 새롭게 추가된 절단면처럼 ‘그때부터’의 슬픈 사실에 나는 다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p. 58). 어머니의 마음을 간병한 것 최근 및 년 동안 영성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면에 지식도, 관심도 전혀 없지만 샤머니즘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무당을 지역이나 자택으로 불러서 가족이나 주민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전통적인 풍습이 있습니다. 한국의 무당은 동북지방의 이타코, 오키나와의 유타와 매우 유사한 사람입니다. 어릴 적 매년 4월이 되면 우리 집에서도 무당을 불러 굿을 했습니다. 그 ‘주모자’인 어머니는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많은 공물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최상품의 닭을 준비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 고 ‘그날’ 이 오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키가 큰 무당인 시모노세키 ‘아줌마'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일단 굿이 시작되면 크고 날카로운 징과 큰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무당이 '신들'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치면 어머니는 반광란 상태가 되어 춤을 추었습니다. 3일에 걸쳐 계속되는 기원은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것이었고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상식을 벗어난 그 광경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희 집 좀 이상해.”(p. 90).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게 왜 그런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어머니는 모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습니다.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암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억하는 습관을 위해 많은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었고 깨어 있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습니다. 탁월한 기억력은 어머니에게 득이 되기도 했지만 고통을 안겨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잊을 수 없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전쟁 중 병 때문에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 집의 장남 하루오의 일입니다. 내가 철이 든 이후에 슬픈 기억에 사로잡히면 "아이고, 아이고." 하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굿을 통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루오의 '그 다음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안도한 모양입니다. 비탄에 잠긴 인간의 마음은 이성적인 의견이나 진지한 격려보다 '마음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하루오의 죽음뿐 아니라 이국땅에서 자이니치 1 세로 살아가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을 것입니다. 연상의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겠지요. 추측컨대 어머니는 아마 사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의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p. 91). 원래 사람의 유대가 밀접한 지역사회나 교회와 같은 장소에는 개개인의 '마음의 간병'이라는 사회적 치유 기능이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대체물이 바로 굿이었던 셈입니다. '영성'을 통해 마음을 간병하려는 사람들의 고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p. 92). 어떻게 되겠지 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후 자신의 선택이 지닌 의미를 음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은 인생의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고 헤매는 일이 많은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자유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 내가 구마모토에 있었을 때의 생활을 돌이켜 보아도 틀림없이 그때 보다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선택지도 증가한 것이지요. 내가 어릴 때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보다 오히려 '불행'에 집중했습니다. 즉 빈곤이라든지 빈곤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문제가 '고민'이 아닌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풍요로워졌고 자유가 늘어났으며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을 담아 둘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무엇을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는 불안이 동반됩니다. 그 불안은 사물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p. 103). 내 삶을 돌이켜 보면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대학원에 가는 것은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은 서로 좋아하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갈 때나 결혼을 할 때 '장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왠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무모했다’는 실감도 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자란 환경과 관계가 있을 것 입니다. 내 부모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날을, 좀 나쁘게 말하면 ‘그날그날 살아가는’, 성경의 말을 빌리면 '내일은 내일에 가서 고민하는' 생활을 지내 왔습니다. 불안은 있지만 리스크와 이익을 고려해서 삶을 설계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부모의 등에서 내가 체득한 철학은 '어떻게 되겠지 철학'입니다. 그런 언어화할 수 없는 철학이 배어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무언가가 이루어졌습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떻게 되겠지."라는 말을 생각하고 뻔뻔함을 드러냅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뿌리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뻔뻔함입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확실한 것을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p. 104). 그럴 때 뭔가에 의지해서 선택할지 헤매는 사람에게 ‘어떻게 되겠지’를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의 처지에 맞게 살아가면서 삶의 경지를 가질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하는 철학입니다. 결국 '고민하는 힘' 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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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10】 헌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 십 년 넘게 한 자리에서 작은 책방을 알뜰살뜰 꾸려 온 경험 많은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책방 일을 쉽지 않다. 수익도 많이 나지 않아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일해야 할 때도 많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해야 책방을 잘 꾸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주인장 혼자 꾸려 나가기에 적당한 책방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책방으로 쓸 공간을 임대할 때는 어떤 조건들을 따져 봐야 하는지, 서가는 어떻게 꾸며야 하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 어떤 이벤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홍보는 며칠 전부터 해야 하는지 등, 초보 책방지기라면 누구든 궁금해할 질문들을 거의 모두 다뤘다. 하지만 모름지기 대형 서점이 아니라 작은 책방이라면 무엇보다 주변의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서점에서 주목받지 못해 출간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묻히고 잊히는 책이 다시 생명력을 얻는 공간,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이 왔을 때 얼른 내어줄 수 있는 눈 밝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읽고 싶어 찾아갔을 때 나에게 뭔가를 자신 있게 권해줄 책방지기가 있는 공간이 작은 책방의 진정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교보문고. 요즘 흥미롭게 읽는 저자의 책 중 하나다. 헌책방을 하며 헌 책을 소재로 책을 쓰는 작가를 겸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작은 책방을 알리기 위해서는 돈과 인력보다는 시간과 진정성이 필요하다. 애초에 작은 책방과 돈 냄새 나는 홍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책방의 홍보 전략은 찾아온 손님이 스스로 주변에 자연스럽게 알리게끔 유도하는 게 이상적이다. 홍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성 공 확률도 높다. 전단을 만들거나 인터넷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우선 고민한다. 이를테면 책방에 포토존을 만드는 건 어떨까? 주의할 것은 벽에 천사 날개 그림을 그려 놓고 '너의 꿈을 펼(p. 68)처봐"라든지 ‘Fly High!’ 같은 문구를 써넣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에 가보니 멋진 포토존을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랗게 'Photo Zone'이라고 써 놓기도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기를 당부한다. 예쁘게 꾸몄다면 거긴 누가 봐도 포토존이니까. 책방의 특정한 곳을 특별히 예쁘게 해 놓으면 사람들은 거기서 사진을 찍고 그걸 자신의 SNS에 올릴 것이다. 책방 이름까지 태그한다면 자동으로 홍보가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지정한 것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반대로 책방 내부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궁금증을 커지게 하여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방법인데(앞에서 말했던 시모키타자와의 '다윈 룸'이 그렇다), 역시 그 방법은 약간 위험하다. 적극적인 홍보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진 촬영을 허용하자. 하지만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하는 것보다는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인장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써 놓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지나치게 자유로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면 책방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양해를 구하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손님과 주인장이 대화하게 되고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SNS에 긍정적인 포스팅을 올릴 확률도 높다(p. 69). 골치 아픈 단골손님 ‘ㅅ’ 씨 책방에 자주 오는 손님일수록 좀 더 예의를 차리면 좋겠습니다. 예의랄 것도 없습니다. 상식선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책방에 자주 들러 친해졌다는 이유로 무례한 요구를 하거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참기 힘듭니다. 이를 테면 'ㅅ' 씨는 가끔 와서 책을 사는 손님인데 어느 날부터는 책을 전혀 사지 않는 겁니다. 이유인즉슨 아무래도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니 자신의(p. 123) 경제 사정으로는 책방에 와서 책을 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진열된 책을 일일이 사진 찍습니다. 촬영해 둔 책을 참고해서 온라인으로 살 거랍니다. 그것까지는 참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책을 펼쳐 놓고 본문을 한 장 한 장 촬영하고 있는 겁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책은 본문만 읽으면 되는데 굳이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답니다. 결국 그렇게 촬영한다며 무리하게 펼쳤던 책은 책등이 갈라져서 팔 수도 없게 됐어요. 하긴 어떤 손님은 자기는 책방에 자주 오니까 책을 빌려 줄 수 없냐고 합디다. 잠깐 참고만 할 거라 사긴 아깝고 하루 정도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그건 좀 곤란하다고 했더니 태도가 싹 바뀌더라고요. 자주 오는 사람인데 못 믿느냐고, 그러는 거 아니라며 불퉁하게 말합니다. 속으로 외쳤어요.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제발 자주 오지 마세요! 자주 오면 뭣합니까. 책도 거의 안 사잖아요. 여긴 책방이지 당신 친구네 집이 아닙니다! 또 어떤 분은 책을 고르더니 책값을 집에 가서 송금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건 좀 곤란하고 내일 다시 오시면 구입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해 놓겠다고 하니 화를 냅니다. 그 역시 책방에 자주 오는데 왜 사람을 못 믿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책방에도 자주 오겠지만(실은 한 달에 한두 번 들르는 정도지만) 아마 이 동네 대형마트에는 더 자주 갈 겁니다. 그런데 마트 계산(p. 124)대에서도 그런 요구를 할까요? 정말 놀라운 일은 가끔 책방에 처음 온 분도 이렇게 집에 가서 책값을 이체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실제로 이런 요구를 들어준 적이 있는데요, 결국 그 손님은 책값을 보내지 않았고 그 후로 책방에 다시 오지도 않았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Y 씨는 한숨을 쉬고 잠시 눈을 감았다(p. 125). 더 큰 문제는 책을 읽는 행위조차 비난당할 때가 종종(p. 151) 있다는 사실이다. 설마 그럴까 싶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은 우리의 친구이며 평생토록 가까이 해야 한다고 교육받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지극히 범위가 좁다. 학습(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돈 잘 버는 법이나 남보다 앞서가는 방법 등 궁극적으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 이긴다는 목적에 맞는 책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나는 자가용이 없어서 강연하러 갈 때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앉은 어르신이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그렇게 물어 오기 전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책을 안 읽는다며 혼잣말처럼 한 2~3분 정도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게 못마땅했는데 마침 옆에 앉은 젊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심 흐뭇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더니 대뜸 화를 내는 거였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젊은 사람이 한가롭게 소설 따위나 보고 있느냐며 호통을 치는 게 아닌가. 훈계는 꽤 오래 이어졌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며 돈을 많이 벌어 둬야 할 젊은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 읽고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말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젊었을 때 항상 새벽에 일어나 직장에 갔고 밤늦게까지 일해서 책을 읽는 건 꿈도 안 꿨다고 했(p. 152)다. 나는 이 일화를 학생 대상의 강연 때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젊을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늙어서 꽉 막힌 사람이 되니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p. 153). 자기가 원하는 책만 골라서 책을 읽는 건 입맛에 맞(p. 155)는 것만 골라 먹는 편식과 다를 바 없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길 잃기에 있다. 처음에는 관심이 생긴 주제에 빠져들었다가 우연히 이런저런 다른 책을 만나고 그러다 그 속에서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그렇게 잃어버린 길에서 발견하는 것이 혼돈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라는 사실을. 인간을 발전시킨 수많은 발견은 대부분 누군가가 샛길로 빠진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원하는 책'만' 읽고 거기서 익힌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우주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맴돌았던 자신의 발자국만 겨우 보게 될 뿐이다. 그러니 작은 책방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역할을 한다(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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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10】 헌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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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선거7】'내로남불’
-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똑같은 상황임에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은 정당화하고, 타인의 행동은 비난하는 이중잣대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풍자 표현이다. 이 말은 1990년대 박희태 전 국회의원이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멀쩡했던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름 “교권”을 가지게 되면 내로남불로 타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권력은 이처럼 사람을 타락시키는 독이 있다. 마지 반지의 제왕이 나오는 절대 반지와 같이.... 내로남불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양심을 파는 일이다. 자기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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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6】 “너나 잘 하세요!”
- “너나 잘 하세요”는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 배우 이영애 주연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대사이다. 이 명대사의 핵심 의미와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대사의 의미: 전도사(배우 김병옥)가 금자에게 회개와 구원을 권하며 설교를 늘어놓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속죄하려는 금자가 차갑고 단호하게 내뱉는 대사로서, “남의 일이나 신념에 간섭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탄생 비화: 박찬욱 감독이 무명 시절 오지랖 넓게 충고하던 지인에게 욱해서 던졌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대사는 13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치밀한 복수를 실행하는 금자의 서늘한 내면을 완벽하게 대변하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명대사이다. 총회 임원이나 어떤 자리를 맡으면 가르칠려고 하고, 지적질할려고 한다. 그때 “그런 당신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하는 의문을 갖는다. 총회의 각 자리에 앉은 목사, 장로들이여! 자리에 앉아 권세를 부릴려고 하지 말고 본을 보이기 바란다.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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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6】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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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5】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이 글 제목의 정확한 워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이다. 이 말은 경거망동한 안철수를 주저앉힌 청와대의 말이다. 과거 안철수 의원이 '윤안 연대'나 '윤핵관' 같은 표현으로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대통령실 차원의 강력한 제재나 불이익(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압박이었다. 실제로 이 경고 직후 안 후보는 캠프 전열을 재정비하고 메시지 수위를 낮춰야 했다. 111회 총회에 여러 후보들이 나섰고, 이들은 나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8월 예비 후보 등록을 하면 그때 언급해야할 후보들이 여럿있다. 그들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감추고 있는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자기를 살피지 않고 나선 예비 후보들을 볼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 떠오른다. 차라리 후보로 나서지 않았으면 그냥 묻히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로 나선 이상 그들의 과거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본전도 못찾을 수 있다.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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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5】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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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4】 “깜도 안 되는 것들이...”
- “깜”이란 것은 어떤 일의 자격이나 수준을 말한다. "그 사람은 대통령 깜이 안 된다"처럼 사람이나 사물이 어떤 기준, 자질, 역할에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총회 일을 하겠다고 왔다갔다하는 목사와 장로들 중에는 한숨 유발자들이 있다. 깜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용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재주도 용하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총회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제발 111회 총회 때는 깜도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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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4】 “깜도 안 되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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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9】 자이니치로서 겪은 삶에서 나온 글
- 『사랑할 것』은 《고민하는 힘》과 《살아야 하는 이유》의 저자 강상중이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으로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위로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냉철한 지식인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게 담담히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나에서부터 사회, 국가까지 아우르는 글 총 100개의 글을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실었다. 첫 번째 장에서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족, 꿈과 사랑, 청춘의 고민거리, 강상중이 만난 잊지 못할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주하고 있는 세상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경계인인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의 소설가 이츠키 히로유키 선생과의 대담으로 이어진다. 강상중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울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사랑’이 바탕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이에 자신과 사회, 국가와 시대를 아우르는 고민 속에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며 현대인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교보문고.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더 찾아 읽고자 한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됐다. 꿈에 그리던 소녀의 얼굴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나의 구마모토 시대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승낙하기는 했지만 그때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소녀가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그 소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여기서는 K라고 부르겠습니다. 자위대 간부인 아버지의 전근으로 일본 각지를 전전했다는 그 소녀는 편안한 표준어로 전학 인사를 했습니다. 표정과 복장이 모두 세련되어 계속해서 눈길이 갔습니다. 그때까지 본 적이 없는 눈부신 히로인의 등장이었습니다. 선머슴 같았던 나는 K에게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 강하게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그녀도 나에게 관심을 보여 주었고 "데츠오의 집에 놀러가고 싶어. 집이 어디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과도하게 반응했고 조금 심한 말을 던져서 그녀의 호의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6학년으로 올라가서 반이 바뀌어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녀가(p. 56) 다시 내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내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다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나는 멍해졌고 한동안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방송 스태프가 나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K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스태프가 조심스레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신문에서 오려 낸 종이였습니다. 그 종이를 읽어 보니 미야자키현의 어느 도시에서 19 세의 단기대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뒤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 다음날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학생의 이름은 K와 같았습니다. 언뜻 생각이 미쳐서 신문의 날짜를 확인해 보니 쇼와 45년(1970년)이었습니다. K는 이미 40년 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던 것이지요. 순간 말문이 막혀 종이를 손에 든 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생에는 여러 종류의 잔혹함이 따라다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갑자기 잘려 나가기도 하지요. 남아 있는 사람은 그 죽음의 의미조차 찾지 못해 가슴 아파합니다. 사실 의미를 찾을 방법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방법도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새삼 그 문제에 직면해 있습(p. 57)니다. 내가 K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이유는 쾌활함과 명랑함만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났던 순수한 나날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에 새롭게 추가된 절단면처럼 ‘그때부터’의 슬픈 사실에 나는 다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p. 58). 어머니의 마음을 간병한 것 최근 및 년 동안 영성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면에 지식도, 관심도 전혀 없지만 샤머니즘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무당을 지역이나 자택으로 불러서 가족이나 주민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전통적인 풍습이 있습니다. 한국의 무당은 동북지방의 이타코, 오키나와의 유타와 매우 유사한 사람입니다. 어릴 적 매년 4월이 되면 우리 집에서도 무당을 불러 굿을 했습니다. 그 ‘주모자’인 어머니는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많은 공물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최상품의 닭을 준비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 고 ‘그날’ 이 오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키가 큰 무당인 시모노세키 ‘아줌마'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일단 굿이 시작되면 크고 날카로운 징과 큰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무당이 '신들'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치면 어머니는 반광란 상태가 되어 춤을 추었습니다. 3일에 걸쳐 계속되는 기원은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것이었고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상식을 벗어난 그 광경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희 집 좀 이상해.”(p. 90).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게 왜 그런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어머니는 모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습니다.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암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억하는 습관을 위해 많은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었고 깨어 있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습니다. 탁월한 기억력은 어머니에게 득이 되기도 했지만 고통을 안겨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잊을 수 없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전쟁 중 병 때문에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 집의 장남 하루오의 일입니다. 내가 철이 든 이후에 슬픈 기억에 사로잡히면 "아이고, 아이고." 하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굿을 통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루오의 '그 다음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안도한 모양입니다. 비탄에 잠긴 인간의 마음은 이성적인 의견이나 진지한 격려보다 '마음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하루오의 죽음뿐 아니라 이국땅에서 자이니치 1 세로 살아가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을 것입니다. 연상의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겠지요. 추측컨대 어머니는 아마 사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의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p. 91). 원래 사람의 유대가 밀접한 지역사회나 교회와 같은 장소에는 개개인의 '마음의 간병'이라는 사회적 치유 기능이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대체물이 바로 굿이었던 셈입니다. '영성'을 통해 마음을 간병하려는 사람들의 고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p. 92). 어떻게 되겠지 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후 자신의 선택이 지닌 의미를 음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은 인생의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고 헤매는 일이 많은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자유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 내가 구마모토에 있었을 때의 생활을 돌이켜 보아도 틀림없이 그때 보다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선택지도 증가한 것이지요. 내가 어릴 때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보다 오히려 '불행'에 집중했습니다. 즉 빈곤이라든지 빈곤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문제가 '고민'이 아닌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풍요로워졌고 자유가 늘어났으며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을 담아 둘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무엇을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는 불안이 동반됩니다. 그 불안은 사물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p. 103). 내 삶을 돌이켜 보면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대학원에 가는 것은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은 서로 좋아하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갈 때나 결혼을 할 때 '장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왠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무모했다’는 실감도 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자란 환경과 관계가 있을 것 입니다. 내 부모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날을, 좀 나쁘게 말하면 ‘그날그날 살아가는’, 성경의 말을 빌리면 '내일은 내일에 가서 고민하는' 생활을 지내 왔습니다. 불안은 있지만 리스크와 이익을 고려해서 삶을 설계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부모의 등에서 내가 체득한 철학은 '어떻게 되겠지 철학'입니다. 그런 언어화할 수 없는 철학이 배어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무언가가 이루어졌습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떻게 되겠지."라는 말을 생각하고 뻔뻔함을 드러냅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뿌리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뻔뻔함입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확실한 것을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p. 104). 그럴 때 뭔가에 의지해서 선택할지 헤매는 사람에게 ‘어떻게 되겠지’를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의 처지에 맞게 살아가면서 삶의 경지를 가질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하는 철학입니다. 결국 '고민하는 힘' 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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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9】 자이니치로서 겪은 삶에서 나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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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10】 헌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 십 년 넘게 한 자리에서 작은 책방을 알뜰살뜰 꾸려 온 경험 많은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작은 책방 꾸리는 법. 책방 일을 쉽지 않다. 수익도 많이 나지 않아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일해야 할 때도 많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해야 책방을 잘 꾸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주인장 혼자 꾸려 나가기에 적당한 책방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책방으로 쓸 공간을 임대할 때는 어떤 조건들을 따져 봐야 하는지, 서가는 어떻게 꾸며야 하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 어떤 이벤트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고, 홍보는 며칠 전부터 해야 하는지 등, 초보 책방지기라면 누구든 궁금해할 질문들을 거의 모두 다뤘다. 하지만 모름지기 대형 서점이 아니라 작은 책방이라면 무엇보다 주변의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서점에서 주목받지 못해 출간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묻히고 잊히는 책이 다시 생명력을 얻는 공간,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이 왔을 때 얼른 내어줄 수 있는 눈 밝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읽고 싶어 찾아갔을 때 나에게 뭔가를 자신 있게 권해줄 책방지기가 있는 공간이 작은 책방의 진정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교보문고. 요즘 흥미롭게 읽는 저자의 책 중 하나다. 헌책방을 하며 헌 책을 소재로 책을 쓰는 작가를 겸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작은 책방을 알리기 위해서는 돈과 인력보다는 시간과 진정성이 필요하다. 애초에 작은 책방과 돈 냄새 나는 홍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책방의 홍보 전략은 찾아온 손님이 스스로 주변에 자연스럽게 알리게끔 유도하는 게 이상적이다. 홍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성 공 확률도 높다. 전단을 만들거나 인터넷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우선 고민한다. 이를테면 책방에 포토존을 만드는 건 어떨까? 주의할 것은 벽에 천사 날개 그림을 그려 놓고 '너의 꿈을 펼(p. 68)처봐"라든지 ‘Fly High!’ 같은 문구를 써넣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에 가보니 멋진 포토존을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랗게 'Photo Zone'이라고 써 놓기도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기를 당부한다. 예쁘게 꾸몄다면 거긴 누가 봐도 포토존이니까. 책방의 특정한 곳을 특별히 예쁘게 해 놓으면 사람들은 거기서 사진을 찍고 그걸 자신의 SNS에 올릴 것이다. 책방 이름까지 태그한다면 자동으로 홍보가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지정한 것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반대로 책방 내부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궁금증을 커지게 하여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방법인데(앞에서 말했던 시모키타자와의 '다윈 룸'이 그렇다), 역시 그 방법은 약간 위험하다. 적극적인 홍보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사진 촬영을 허용하자. 하지만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하는 것보다는 잘 보이는 곳에 '사진을 찍을 때는 주인장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써 놓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지나치게 자유로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면 책방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양해를 구하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손님과 주인장이 대화하게 되고 사진을 찍어간 사람이 SNS에 긍정적인 포스팅을 올릴 확률도 높다(p. 69). 골치 아픈 단골손님 ‘ㅅ’ 씨 책방에 자주 오는 손님일수록 좀 더 예의를 차리면 좋겠습니다. 예의랄 것도 없습니다. 상식선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책방에 자주 들러 친해졌다는 이유로 무례한 요구를 하거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참기 힘듭니다. 이를 테면 'ㅅ' 씨는 가끔 와서 책을 사는 손님인데 어느 날부터는 책을 전혀 사지 않는 겁니다. 이유인즉슨 아무래도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니 자신의(p. 123) 경제 사정으로는 책방에 와서 책을 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진열된 책을 일일이 사진 찍습니다. 촬영해 둔 책을 참고해서 온라인으로 살 거랍니다. 그것까지는 참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책을 펼쳐 놓고 본문을 한 장 한 장 촬영하고 있는 겁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어차피 책은 본문만 읽으면 되는데 굳이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답니다. 결국 그렇게 촬영한다며 무리하게 펼쳤던 책은 책등이 갈라져서 팔 수도 없게 됐어요. 하긴 어떤 손님은 자기는 책방에 자주 오니까 책을 빌려 줄 수 없냐고 합디다. 잠깐 참고만 할 거라 사긴 아깝고 하루 정도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그건 좀 곤란하다고 했더니 태도가 싹 바뀌더라고요. 자주 오는 사람인데 못 믿느냐고, 그러는 거 아니라며 불퉁하게 말합니다. 속으로 외쳤어요.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제발 자주 오지 마세요! 자주 오면 뭣합니까. 책도 거의 안 사잖아요. 여긴 책방이지 당신 친구네 집이 아닙니다! 또 어떤 분은 책을 고르더니 책값을 집에 가서 송금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건 좀 곤란하고 내일 다시 오시면 구입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해 놓겠다고 하니 화를 냅니다. 그 역시 책방에 자주 오는데 왜 사람을 못 믿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책방에도 자주 오겠지만(실은 한 달에 한두 번 들르는 정도지만) 아마 이 동네 대형마트에는 더 자주 갈 겁니다. 그런데 마트 계산(p. 124)대에서도 그런 요구를 할까요? 정말 놀라운 일은 가끔 책방에 처음 온 분도 이렇게 집에 가서 책값을 이체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실제로 이런 요구를 들어준 적이 있는데요, 결국 그 손님은 책값을 보내지 않았고 그 후로 책방에 다시 오지도 않았습니다, 라고 말한 다음 Y 씨는 한숨을 쉬고 잠시 눈을 감았다(p. 125). 더 큰 문제는 책을 읽는 행위조차 비난당할 때가 종종(p. 151) 있다는 사실이다. 설마 그럴까 싶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은 우리의 친구이며 평생토록 가까이 해야 한다고 교육받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지극히 범위가 좁다. 학습(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돈 잘 버는 법이나 남보다 앞서가는 방법 등 궁극적으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 이긴다는 목적에 맞는 책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나는 자가용이 없어서 강연하러 갈 때 언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앉은 어르신이 무슨 책이냐고 물었다. 그렇게 물어 오기 전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책을 안 읽는다며 혼잣말처럼 한 2~3분 정도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게 못마땅했는데 마침 옆에 앉은 젊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심 흐뭇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더니 대뜸 화를 내는 거였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젊은 사람이 한가롭게 소설 따위나 보고 있느냐며 호통을 치는 게 아닌가. 훈계는 꽤 오래 이어졌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며 돈을 많이 벌어 둬야 할 젊은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 읽고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말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젊었을 때 항상 새벽에 일어나 직장에 갔고 밤늦게까지 일해서 책을 읽는 건 꿈도 안 꿨다고 했(p. 152)다. 나는 이 일화를 학생 대상의 강연 때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젊을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늙어서 꽉 막힌 사람이 되니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p. 153). 자기가 원하는 책만 골라서 책을 읽는 건 입맛에 맞(p. 155)는 것만 골라 먹는 편식과 다를 바 없다. 책 읽기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길 잃기에 있다. 처음에는 관심이 생긴 주제에 빠져들었다가 우연히 이런저런 다른 책을 만나고 그러다 그 속에서 길을 잃어 본 사람은 안다. 그렇게 잃어버린 길에서 발견하는 것이 혼돈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라는 사실을. 인간을 발전시킨 수많은 발견은 대부분 누군가가 샛길로 빠진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원하는 책'만' 읽고 거기서 익힌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우주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맴돌았던 자신의 발자국만 겨우 보게 될 뿐이다. 그러니 작은 책방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역할을 한다(p.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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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10】 헌책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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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선거7】'내로남불’
-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똑같은 상황임에도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은 정당화하고, 타인의 행동은 비난하는 이중잣대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풍자 표현이다. 이 말은 1990년대 박희태 전 국회의원이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멀쩡했던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름 “교권”을 가지게 되면 내로남불로 타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권력은 이처럼 사람을 타락시키는 독이 있다. 마지 반지의 제왕이 나오는 절대 반지와 같이.... 내로남불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양심을 파는 일이다. 자기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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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6】 “너나 잘 하세요!”
- “너나 잘 하세요”는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 배우 이영애 주연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대사이다. 이 명대사의 핵심 의미와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대사의 의미: 전도사(배우 김병옥)가 금자에게 회개와 구원을 권하며 설교를 늘어놓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속죄하려는 금자가 차갑고 단호하게 내뱉는 대사로서, “남의 일이나 신념에 간섭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탄생 비화: 박찬욱 감독이 무명 시절 오지랖 넓게 충고하던 지인에게 욱해서 던졌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대사는 13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치밀한 복수를 실행하는 금자의 서늘한 내면을 완벽하게 대변하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명대사이다. 총회 임원이나 어떤 자리를 맡으면 가르칠려고 하고, 지적질할려고 한다. 그때 “그런 당신은 제대로 하고 있느냐?”하는 의문을 갖는다. 총회의 각 자리에 앉은 목사, 장로들이여! 자리에 앉아 권세를 부릴려고 하지 말고 본을 보이기 바란다.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말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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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6】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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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5】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이 글 제목의 정확한 워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이다. 이 말은 경거망동한 안철수를 주저앉힌 청와대의 말이다. 과거 안철수 의원이 '윤안 연대'나 '윤핵관' 같은 표현으로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대통령실 차원의 강력한 제재나 불이익(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압박이었다. 실제로 이 경고 직후 안 후보는 캠프 전열을 재정비하고 메시지 수위를 낮춰야 했다. 111회 총회에 여러 후보들이 나섰고, 이들은 나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8월 예비 후보 등록을 하면 그때 언급해야할 후보들이 여럿있다. 그들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감추고 있는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때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자기를 살피지 않고 나선 예비 후보들을 볼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 떠오른다. 차라리 후보로 나서지 않았으면 그냥 묻히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로 나선 이상 그들의 과거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본전도 못찾을 수 있다.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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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5】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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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4】 “깜도 안 되는 것들이...”
- “깜”이란 것은 어떤 일의 자격이나 수준을 말한다. "그 사람은 대통령 깜이 안 된다"처럼 사람이나 사물이 어떤 기준, 자질, 역할에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총회 일을 하겠다고 왔다갔다하는 목사와 장로들 중에는 한숨 유발자들이 있다. 깜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용케”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재주도 용하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총회내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제발 111회 총회 때는 깜도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자리를 차지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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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4】 “깜도 안 되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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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9】 자이니치로서 겪은 삶에서 나온 글
- 『사랑할 것』은 《고민하는 힘》과 《살아야 하는 이유》의 저자 강상중이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아에라》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으로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위로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냉철한 지식인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게 담담히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나에서부터 사회, 국가까지 아우르는 글 총 100개의 글을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실었다. 첫 번째 장에서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족, 꿈과 사랑, 청춘의 고민거리, 강상중이 만난 잊지 못할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주하고 있는 세상 이야기, 그리고 시대의 경계인인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의 소설가 이츠키 히로유키 선생과의 대담으로 이어진다. 강상중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울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사랑’이 바탕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이에 자신과 사회, 국가와 시대를 아우르는 고민 속에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며 현대인에게 '사랑할 것'을 당부한다.-교보문고.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더 찾아 읽고자 한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됐다. 꿈에 그리던 소녀의 얼굴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나의 구마모토 시대를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승낙하기는 했지만 그때 초등학교 시절에 좋아했던 소녀가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그 소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여기서는 K라고 부르겠습니다. 자위대 간부인 아버지의 전근으로 일본 각지를 전전했다는 그 소녀는 편안한 표준어로 전학 인사를 했습니다. 표정과 복장이 모두 세련되어 계속해서 눈길이 갔습니다. 그때까지 본 적이 없는 눈부신 히로인의 등장이었습니다. 선머슴 같았던 나는 K에게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 강하게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그녀도 나에게 관심을 보여 주었고 "데츠오의 집에 놀러가고 싶어. 집이 어디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과도하게 반응했고 조금 심한 말을 던져서 그녀의 호의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6학년으로 올라가서 반이 바뀌어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녀가(p. 56) 다시 내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내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다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나는 멍해졌고 한동안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방송 스태프가 나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K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스태프가 조심스레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신문에서 오려 낸 종이였습니다. 그 종이를 읽어 보니 미야자키현의 어느 도시에서 19 세의 단기대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뒤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 다음날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학생의 이름은 K와 같았습니다. 언뜻 생각이 미쳐서 신문의 날짜를 확인해 보니 쇼와 45년(1970년)이었습니다. K는 이미 40년 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던 것이지요. 순간 말문이 막혀 종이를 손에 든 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생에는 여러 종류의 잔혹함이 따라다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갑자기 잘려 나가기도 하지요. 남아 있는 사람은 그 죽음의 의미조차 찾지 못해 가슴 아파합니다. 사실 의미를 찾을 방법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방법도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새삼 그 문제에 직면해 있습(p. 57)니다. 내가 K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이유는 쾌활함과 명랑함만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났던 순수한 나날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에 새롭게 추가된 절단면처럼 ‘그때부터’의 슬픈 사실에 나는 다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p. 58). 어머니의 마음을 간병한 것 최근 및 년 동안 영성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냥 면에 지식도, 관심도 전혀 없지만 샤머니즘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무당을 지역이나 자택으로 불러서 가족이나 주민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전통적인 풍습이 있습니다. 한국의 무당은 동북지방의 이타코, 오키나와의 유타와 매우 유사한 사람입니다. 어릴 적 매년 4월이 되면 우리 집에서도 무당을 불러 굿을 했습니다. 그 ‘주모자’인 어머니는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많은 공물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최상품의 닭을 준비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 고 ‘그날’ 이 오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키가 큰 무당인 시모노세키 ‘아줌마'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일단 굿이 시작되면 크고 날카로운 징과 큰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무당이 '신들'을 향해 무엇인가를 외치면 어머니는 반광란 상태가 되어 춤을 추었습니다. 3일에 걸쳐 계속되는 기원은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것이었고 남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상식을 벗어난 그 광경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바라보았습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희 집 좀 이상해.”(p. 90).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게 왜 그런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어머니는 모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습니다. 문자로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암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억하는 습관을 위해 많은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었고 깨어 있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한 번 잠이 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습니다. 탁월한 기억력은 어머니에게 득이 되기도 했지만 고통을 안겨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잊을 수 없는 기억 가운데 하나는 전쟁 중 병 때문에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 집의 장남 하루오의 일입니다. 내가 철이 든 이후에 슬픈 기억에 사로잡히면 "아이고, 아이고." 하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굿을 통해 무당의 입을 빌려 하루오의 '그 다음 삶'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안도한 모양입니다. 비탄에 잠긴 인간의 마음은 이성적인 의견이나 진지한 격려보다 '마음의 위안'이 필요합니다. 하루오의 죽음뿐 아니라 이국땅에서 자이니치 1 세로 살아가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을 것입니다. 연상의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겠지요. 추측컨대 어머니는 아마 사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의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p. 91). 원래 사람의 유대가 밀접한 지역사회나 교회와 같은 장소에는 개개인의 '마음의 간병'이라는 사회적 치유 기능이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그 대체물이 바로 굿이었던 셈입니다. '영성'을 통해 마음을 간병하려는 사람들의 고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p. 92). 어떻게 되겠지 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후 자신의 선택이 지닌 의미를 음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은 인생의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고 헤매는 일이 많은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자유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전 내가 구마모토에 있었을 때의 생활을 돌이켜 보아도 틀림없이 그때 보다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선택지도 증가한 것이지요. 내가 어릴 때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보다 오히려 '불행'에 집중했습니다. 즉 빈곤이라든지 빈곤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문제가 '고민'이 아닌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풍요로워졌고 자유가 늘어났으며 마음속에 몇 가지 생각들을 담아 둘 수 있게 되어, 이제는 무엇을 선택할 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는 불안이 동반됩니다. 그 불안은 사물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앞날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안. 생각해 보면 이 불안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p. 103). 내 삶을 돌이켜 보면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대학원에 가는 것은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은 서로 좋아하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갈 때나 결혼을 할 때 '장래에 어떻게 될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왠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상하게도 ‘무모했다’는 실감도 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자란 환경과 관계가 있을 것 입니다. 내 부모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날을, 좀 나쁘게 말하면 ‘그날그날 살아가는’, 성경의 말을 빌리면 '내일은 내일에 가서 고민하는' 생활을 지내 왔습니다. 불안은 있지만 리스크와 이익을 고려해서 삶을 설계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부모의 등에서 내가 체득한 철학은 '어떻게 되겠지 철학'입니다. 그런 언어화할 수 없는 철학이 배어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무언가가 이루어졌습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그 사람의 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떻게 되겠지."라는 말을 생각하고 뻔뻔함을 드러냅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뿌리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뻔뻔함입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확실한 것을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p. 104). 그럴 때 뭔가에 의지해서 선택할지 헤매는 사람에게 ‘어떻게 되겠지’를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의 처지에 맞게 살아가면서 삶의 경지를 가질 때 비로소 강한 힘을 발휘하는 철학입니다. 결국 '고민하는 힘' 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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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9】 자이니치로서 겪은 삶에서 나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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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3】 “밥은 먹고 다니냐?”
-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2003년 개봉 당시 대중적인 흥행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요 영화제의 시상식을 휩쓸며 작품성을 완벽하게 인정받았다. 영화 말미에 형사 박두만(송강호 배우)은 유력한 용의자였던 박현규(박해일 배우)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을 했다. 이 대사는 대본에 없던 송강호 배우의 천재적인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당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이 대사에 아래와 같은 복합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범인에 대한 분노: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도 인간으로서 밥이 넘어가냐?“ 인간적인 연민: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밥은 챙겨 먹어야 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미제 사건의 안타까움: "진범이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밥을 먹으며 숨어 살고 있겠지.“ 총회를 출입하는 인사들을 볼 때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이 말의 의미는 시간과 자비를 들여 총회를 섬길만한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자기가 목회하는 교회의 규모도 작은데 어떻게 교회를 비우고 총회 일을 할 수 있는가? 재정적인 여유가 없으면 총회 일을 할 때 불법에 연루될 유혹을 많이 받는다. 소위 “금품 로비”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망하고 총회도 망하는 것이다. 총회 일을 할려면 적어도 밥은 먹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이권에 개입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총회를 섬길 수 있다. 총회 일을 하려는 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물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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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단상3】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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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8】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
-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여덟 단어』를 통해 책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했던 광고인 박웅현의 신작이다. 저자는 책을 읽고 좋은 문장에 밑줄을 긋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책 속 문장들과 일상에서 건져낸 활자들을 손수 메모해두었다. 그렇게 써둔 글들이 프레젠테이션과 강연에 쓰였고 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문장과 순간』에는 저자가 그처럼 손수 쓰고 기록한 문장들과 그것을 길잡이 삼아 주목했던 순간들,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사색, 일상을 버티는 힘과 삶에 대한 태도,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강연이나 대담을 옮긴 것이 아닌 저자가 직접 쓴 첫 번째 에세이로, 저자의 전작인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여덟 단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교보문고 계속해서 찾아 읽고 있는 저자의 책으로, 유익했다. 동이 트기 전 몸을 일으켜 집 앞의 작은 산으로 향한다. 아파트 문을 나서자마자 코로 훅 들어오는 새벽 공기. 이미 진한 군청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하늘. 아직 반짝이는 샛별. 새벽 어스름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꽃들. 우리는 먼저 나와 있었는데 당신은 왜 이제 나오느냐 하며 어서 오라고 여기저기에서 지저귀는 새들. 나무, 꽃, 새소리, 신선한 공기(p. 25). "인간이란 항상 있는 기적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 앙드레 지드, 「새로운 양식」 중에서 이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간단히 몸을 움직여본다. 멀리서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 빛이 닿는 자리마다 어두운 덩어리로 존재하던 것들의 윤곽이 하나둘 드러나며 구체적인 선을 그린다. 사방의 색이 시시각각 변한다. 붉은 아침 햇살에 저마다의 색이 깨어난다. 내가 그 순간 속에 있다. 그 기적 같은 순간에 존재한다(p. 26). “살아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여러 자리에서 인용한 김화영 선생의 문장이다. 앙드레 지드와 김화영 선생의 문장을 종종 생각한다. 존재한다는 것. 지금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있다는 것. 이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면 순간 속에 깃든 찬란함이 가벼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기적은 도처에 있다(p. 27). "日常이 聖事다." 한 셔츠 회사에서 각 분야의 직업인과 인터뷰를 진행한 후 기념 셔츠를 만들어주면서 셔츠의 왼쪽 팔목에 내 이름 대신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새겨주겠다고 했다. 그때 무슨 글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문구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글이고 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하루하루가 다 성스럽다. 성스러운 무언가를 찾는 인생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스럽게 만드는 인생을 사는 것이 내 목표다(p. 47).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했던 시기, 뉴스에서 한 간호사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대구에 자원봉사를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몇 주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앵커는 인터뷰 끝에 그에게 집에 돌아가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간호사의 답은 '일상 생활'이었다. 평소처럼 아이와 산책하고, 가족과 마트에 가고, 함께 저녁밥을 먹고 TV를 보는,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그 일들을 가장 하고 싶다고(p. 48). "부조리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삶의 중요성" - 볼테르,『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해설 중에서 우리 모두가 못 박혀 사는 일상이라는 틀은 아름답고 좋은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대부분 지난한 반복과 피곤한 부조리를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겪는 부조리는 남의 것보다 더 커 보여서 그 주관적 상대성에 집착하다 보면 '나는 왜?' 내 삶은 왜?' '사는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명백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부조리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 인간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부조리를 견딜 뿐이다(p. 49). 사상가 볼테르는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일합시다. 그것이 인생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에요"라고 말하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어쩌면 일어났을지 모르는 공상을 하는 대신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박목월 시인은 같은 이야기를 시 「내년의 뿌리」에 이렇게 썼다. "왜 사느냐 그것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사는 것에 열중하여 오늘을 성의껏 사는 그 황홀한 맹목성."(p. 50).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농부로서 하루하루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일생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그의 얼굴은 현인의 모습이라는 큰 바위 얼굴을 닮아 있었다. 한탄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것. 그것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내 조건과 남의 조건을 비교하며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내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삶의 자세. 다시 한번, 일상이 성사다(p. 51). 인간은 꽤 많은 것을 욕망한다. 지금 당장 좀 더 좋은 뷰를 가진 넓은 집에 살았으면 좋겠고,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고, 그때 이 사람 대신 그 사람을 만났다면, 내가 그 누구처럼 생겼으면, 그 누구 같은 성격이었으면, 지금 좀 다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지금'이 아닌 어느 때를, '이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 '이 상태'가 아닌 다른 상태를 바라는 마음(p. 57). 누군가에게는 그런 욕망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같은 욕망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안에서 자라날 때 눈앞의 현현한 축복을 보지 못한다. 지금 몽골 초원에 있고 싶다고 한들 내 몸은 당장 그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일주일에 출퇴근은 세 번만, 하루는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한들 내 생활의 고정 변수를 바꿀 수 없다. 지난 날의 선택이 후회스러워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될 수는 없다. 그런 바람은 오직 망상일 뿐이고, 현재를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p. 58). 그래서 알랭 드 보통도 "쾌락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망상을 거두는 과정이 도를 깨달아가는 길이 아닐까? 헤르만 헤세는『싯다르타』라는 소설에서 도를 깨친 사람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처럼 뭔가를 갈구하지 않고, 소박하고 참으로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이 세상은 아름다웠다."(p. 59). 지금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평안하고 단단하기를 바란다면, 내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내게 주어진 것들을 그대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 욕망으로 덧칠해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페르난두 페소아는「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이라는 시에서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라고 했다. 이것은 하나의 경지다. 그 경지에 이르면 삶의 의미는 차고 넘친다(p. 60). “때로는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날만한 가치가 있구나” - 페르난두 페소아,「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중에서(p. 61). 밀란 쿤데라는 『커튼』에서 생의 어느 시점에 인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 사이를 선으로 그은 다음 그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축소에서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라고. 단지 다르게 보일 뿐만이 아니다. 출생과 죽음 사이, 각각의 관측소에는 그 관측소만의 특징이 있다. 괴테가 "젊은이는 무리에 강하고, 노인은 고독에 강하다"라고 말한 것처럼(p. 91).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경륜이 생긴다." 언젠가 한 전시를 위해 썼던 글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카피를 썼던 나는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투지가 필요하고 인생의 다른 시점에는 체념이 필요하다(p. 92). 촬영 장소 헌팅을 위해 네팔에 갔을 때, 경비행기를 타고 에베레스트를 향해 날아가 도착한 곳은 남체의 한 호텔이었다. 세계 최고봉에 위치해 기네스북에도 오른 명소라고 했다. 사방으로 에베레스트의 거봉들만 보였다. 그러나 그 장관에 감탄할 수 없었다. 고산병이 온 것이다. 며칠에 걸쳐 천천히 움직여야 할 길을 경비행기로 단시간에 올라간 탓이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말과 글이 모조리 사라지고 고통의 감각만이 살아남은 것 같았다(p. 193). 하룻밤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다시 숙소가 있는 카트만두에 내려왔을 때, 그제야 숨이 편히 쉬어졌다.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산소가 이렇게 맛있었던 적이 있었나. 이렇게 맛있는 산소를 여태 맛없게 마셔 왔구나.’ 너무 당연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공기를 명확히 인식했던 순간. 그때 휴대폰에 내 목표를 이렇게 남겨두었다. “산소를 제일 맛있게 마신 사람. 나의 목표.”(p. 194). 톨스토이는 인간사라는 짧은 역사가 아니라 138억 년 우주의 흐름이라는 길고 큰 역사,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138억 년에 비하면 70년, 80년 길어야 백 년인 인간의 생애는 그야말로 '잠시 동안'이다. 우리는 잠시 물거품으로 현생을 살고, 때가 되면 터져버린다. 부서진 물방울은 다시 '무한한 시간, 무한한 물질, 무한한 공간' 그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죽음이다. 그래서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소천하셨다, 영면하셨다,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같은 말보다 훨씬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표현이 이렇게 쉽고 품위 있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p. 198). “지불시도(智不是道)” 앎이 곧 길은 아니다. 배운 것을 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마주하는 모든 것을 몸으로 읽어야 한다. 책 속의 문장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을 머리에 담고 눈으로 들여다보고 귀로 듣고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되새겨야 한다. 손끝으로 감각하고 두 다리로 건너봐야 한다. 그렇게 몸으로 읽고 나면 문장은 활자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순간은 온전히 나에게 머물고 삶의 방향성은 조금 더 명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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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8】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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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7】 책을 통해 사람을 보다
- 좋은 대화,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극내향형 헌책방지기 윤성근 작가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숱한 책을 뒤져 고르고 고른 100개의 문장, 셰익스피어부터 페소아, 베냐민, 이성복까지 대화의 자세와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위대한 작가들의 웅숭깊은 문장이 고스란히 담겼다.-교보문고 헌책방을 운영하며 글을 쓰는 특이한 이력의 작가다. 책이 재미있어 열심히 찾아 읽고 있다. 책을 통해 사람을, 사람을 통해 책을 보며 사색한다. 1번째 대화 대화에서는 표현에 유의해야 하고, 행동에서는 결과에 유의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성록』(박민수 옮김, 열린책들, 2011) 다른 가게도 그런가 싶을 정도로 헌책방은 유독 대화를 많이 나누는 가게다. 손님이 적어서 그럴까? 가게가 북적거리면 이야기를 길게 나누기 어려울 텐데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레 대화가 길어진다. 한 20년쯤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지내다 보니 대화를 즐기지 않는 나도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슬슬며 적적해지곤 한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불러 세울 만큼. 대화는 말로 하는 것이기에 정확한 의사 전달력과 잘 알아듣는 이해력이 쌍을 이뤄야 원활하게 이어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지도 못하거니와 그걸 목표로 말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그 틈을 비집고 이런 말이 터져 나온다. "같은 말을 해도 왜 꼭 그렇게 하냐?" "말이면 단 줄알아?" 이런 실수 혹은 갈등은 대개 표현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나에게는 익숙하고 괜찮은 표현이 다른 이에게는 모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성록』의 문장에서 표현에 대해 먼저, 뒤이어 행동에 관해 쓰는 이유는 말로 드러난 표현이 곧 행동으로 옮겨질 수도 있음을 드러내려 함이 아닐까? 살면서 말과 행동이 완벽하게 일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말할 때마다 그 표현이 나중에 행동으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고, 행동을 하기 전엔 그것이 다음 말의 결과가 된다는 걸 알면 말실수를 조금은 줄일 수 있다. 고양이는 오늘도 내가 거는 말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간다. 언제 내가 말실수라도 해서 토라진 걸까. 야옹 씨, 화가 많이 난 게 아니라면 우리 대화로 풀어 봅시다(p. 17). 6번째 대화 존재란 상대방이 있다는 말이다. 장폴 사르트르,『사랑의 삶을 향하여』(서시원 엮음, 청하, 1990) 우리는 지금 누구와 대화하며 살아가는가? 몇 해 전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그녀』를 보고 등줄기가 서늘해졌었다. 인간과 대화할 수 있도록 개발된 컴퓨터 운영체제가 널리 보급된 후 사람들이 길거리를 걸으며 저마다 자신의 운영체제와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장면은 퍽 공포스러웠다. 영화와 똑같지는 않아도 우리도 조금씩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은 벌써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최신형 스마트폰 광고도 이제는 AI 기능을 앞세운다. AI는 인간이 구축해 온 인터넷 세상을 두루 탐험하며 학습과 진화를 거듭했고 드디어 인간보다 똑똑한 혁신적인 존재가 됐다. 우리는 이렇게 스마트하고 다정하기까지 한 존재와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을 대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화는 말의 오고 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AI와의 대화도 대화라고 부를 수는 있으나 정확히는 대화가 아닌 단순한 소통이다. 대화에는 상대가 존재해야 하는데 AI를 그렇게 상정하기는 어렵다. AI는 인간과 달리 완벽히 계산된 존재다. 계산적으로 스마트하고 논리적으로 다정하다. AI와의 소통이 거짓이니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기계가 첨단화될수록 우리가 진짜로 대화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대화는 상대하는 것이지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p. 27). 7번째 대화 대화를 나눈 것, 대화를 지나 침묵하고, 침묵을 지나 공감에 이른 것은 잘못이었다. E.M.포스터,『전망 좋은 방』(고정아 옮김, 열린책들, 2009) 침묵이 때론 글이나 말보다 더 확실한 의사 표현일 수 있다. 침묵은 빈 캔버스가 아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종이가 아니다. 침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표현이며, 의견이고, 색깔이다. 말을 많이 하면 걷거나 뛰는 것 이상으로 피로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내가 매사에 팔짱 끼고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해야 할 말이 있으면 적당히 하되 나나 듣는 사람이 피곤할 정도까지는 나불거리지 말아야지, 라는 게 나의 말하기 철학이다. 보통 위력을 행사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침묵과 웅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둘의 위력은, 내가 보기에 거의 비슷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굳이 고르자면 침묵이 편안하다. 때론 모든 면에서 조용히 입 다물고 살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침묵이 언제나 빈 것, 중립, 색채 없음을 나타내지는 않으므로 침묵을 선택해야 할 때 조심스럽다. 침묵은 홀로 존재 할 수 없다. 말이 없다는 건 ‘무’가 아니다. 침묵 안에는 언제나 대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침묵은 허다하게, 대화를 감추는 도구로 이용된다. 살다 보면 말실수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때가 적지 않다. 그래도 말실수는 언젠가 바로잡고 오해를 풀 여지가 있으나 침묵했기에 그르친 일은 되돌리기 어렵다. 옳지 않은 일에 침묵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p. 29). 8번째 대화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논리-철학 논고』(이영철 옮김, 책세상, 2025) 첫 문장이 아니라 마지막 문장이 유명한 책으로는 단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가 돋보인다. 먼저 이렇게 말해 보자.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의미'라고 하는 것은 거짓이 아닌 틀림없는 사실에 관한 의미여야 한다. 또한 그것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말과 글로 설명이 가능하며,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도 그 내용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논리-철학 논고」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어 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으니, 이 문장 앞에 나온 모든 문장은 말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 된다. 제목처럼 이 책은 '논리'에 관한 철학이 주제다. 어떤 논리인가 하면 말과 글, 언어에 관한 것이며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그런데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려면 그 언어가 다른 사람과 소통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제아무리 훌륭한 진리를 깨우쳤다고 해도 자기만 아는 언어로 설명하면 전달할 수 없다. 즉 세계에 대한 앎은 대화와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통이 안 되는 것, 그래서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단호하게 침묵해야 한다. 이 침묵은 그저 입을 닫고 대화를 멈추는 게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화를 하다 보면 너와 나의 ‘말할 수 있는 것’의 범위와 이해도가 다른 탓에 논리가 아닌 감정이 앞서기도 한다. 대화는 서로의 세계가 만나 섞이고 충돌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가끔 서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발견했을 때 잠시 숨을 고르고 침묵하는 것은 각자의 세계에 휴식을 주는 배려이며, 이 또한 대화의 연장이다(p. 31). 23번째 대화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말다툼을 할 때 애인이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면 기뻐한다. 발터 베냐민,『일방통행로』(조형준 옮김, 새물결, 2007) 가끔은 정말이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손님에게 듣는다. 그가 왜 굳이 그런 이야기를 헌책방에 와서 하는지, 그것은 수수께끼로 남겨 놓기로 하고 일단 들어보자. 그는 삼십 대 중반 정도에 별로 특별한 구석이 없는 남자다. 그에게는 지난 8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 남자는 이제 슬슬 결혼 이야기를 꺼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던 터였다. 연인들이 다들 그렇듯이 그들도 종종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하다가 며칠씩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 남자는 여자 친구의 토라진 속내를 단숨에 풀어내는 묘책을 갖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전화를 걸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말에 동물원 가서 코끼리 꼬리에 붙어 다니는 귀뚜라미 볼까요?" 하는 식이다. 남자는 이 방법으로 지난 8년간 여러 번 화해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싸웠을 땐 의외의 사건이 일어났다. 늦은 밤 전화를 걸어 역시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했는데, 여자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별 선언까지! 그 일이 후 정말로 헤어졌고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재결합의 기미조차 없단다.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지는 그도 모르고 당연히 나도 알 턱이 없다. 베냐민이 옳다고 하더라도 연인과 싸웠을 때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는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나름의 교훈을 끝으로 이 손님과의 대화를 마쳤다(p. 61). 24번째 대화 "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풀린 대화를 하고 있지만, 시험 삼아 한번 훅 불어 보면 부푼 거품은 꺼져버리는 법이네." 셰익스피어,『햄릿』(박우수 옮김, 열린책들, 2010) 헌책방에 웬 중년 남녀 대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 적이 있다. 모두 몸에 딱 붙는 타이츠를 입고 있어서 나는 단번에 그들이 자전거 동호회 회원임을 알아봤다. 그중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주인장이 책도 쓰는 작가라고. 인사들 해. 허허허!” 그리고 이어서, "책을 한 열 권 정도 썼지 아마? 돈 많은가 봐? 권당 몇백은 드는 건데. 안 그래요?" 반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말투로 나를 보며 물었다. 분위기가 영 불편해 잠자코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이 책방 단골이고 나하고도 꽤 친한 사이인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그를 오늘 처음 봤다. 가만, 타이츠를 입고 있어서 몰라봤는데 가만히 기억을 떠올려 보니 지난주에 한 번 왔던 손님이다. 그는 책도 안 샀고 대화라고 해 봐야 그냥 인사 정도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막역한 친구 사이라도 되는 듯 부풀려 말하는 중이다. 표정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사무적인 태도로 응대했더니, 그들도 멋쩍었는지 왔던 모양 그대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내게 말을 걸었던 그가 나가면서 명함을 한 장 쥐여 줬다. "시인, 00문학회 회장, 00자전거 사랑회 회장(3회 연임)"이라고 적힌 명함이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은 무슨 삶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처럼 사는 사람도 있고 그처럼 사는 사람도 있는 게 세상인 게지. 다만 인생의 거품이 꺼지지 않게, 별 탈 없이 잘 사시길 바란다(p. 63). 33번째 대화 우리는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장 폴 사르트르,『존재와 무』(정소성 옮김, 동서문화사, 2009) 소설이든 영화든 사기는 언제나 거짓말, 그러니까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순간적으로 지능적인 거짓말을 하는 게 실력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고도의 전략으로 상대를 속이고 또 죽이기까지 한다. 현실 세계에선 별 볼 일 없이 살지만 머리만큼은 상당히 비상한 인물이다.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출연한, 이 소설 기반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는 마지막에 리플리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지만 소설은 다르다. 그는 경찰마저 속이고 범죄 혐의에서 벗어난다. 내가 일하는 헌책방에 '자칭 단골'이라 뻔뻔하게 말하는 M이라는 손님이 있는데 이 사람도 사기꾼 기질이 농후하여 늘 얼마간 거리를 두고 상대한다. 그는 몇 해 전 어떤 손님이 절판된 책을 찾아 달라며 거금 50만 원을 선금으로 내놓자 내게 거짓으로 책 찾기 게임을 제안해 돈을 가로채려 했었다. 물론 그가 리플리만큼은 똑똑하지 않았기에 결국엔 거짓말이 드러나고 말았지만, 어쨌든 선금을 내놓은 손님과 나를 동시에 속일 정도로 탁월한 언변과 그에 상응하는 책 지식을 가졌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기꾼이 대체로 똑똑한 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똑똑한 사 람이면 사기를 치고 싶은 유혹이 많이 들 것도 같다. 내가 상대보다 아는 게 많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 믿음으로 이득을 보려고 하면 사기가 되고 그런 마음을 잘 참고 다스리면 겸손이 된다. 모르는 걸 괜히 아는 척해서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좀 많은가? 무언가를 정말로 알고 있다면 상대방은 굳이 내가 안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니 대화할 때 겸손은 미덕이 아닌 삶의 지혜라고 하겠다(p.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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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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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7】 책을 통해 사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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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6】 앞서가는 사람들을 통한 힌트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담집『일하는 사람의 생각』. 박웅현과 오영식은 광고와 디자인이라는 각자의 현업에서 30년 넘게 활동해온 선배 창작자로서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했던 창작의 현장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배움을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광고인이자 크리에이티브 대가로 유명한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인문학적 통찰을 전달하며 인생 멘토로서 다양한 층의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박웅현과 함께 대화를 나눈 오영식은 현대카드 디자인의 체계와 근간을 만들고 SK텔레콤, JTBC, 롯데카드 ‘로카’ 등 국내 유수 기업의 브랜드에게 디자인 생명을 심어준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전문가로서 눈부신 결과물들을 만들어왔다. 이들이 각자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광고와 디자인은 모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창작 활동이라는 점, 창의력과 창조성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 책에서 이들이 주목한 것은 ‘창작’이라고 하는 자신들의 생업이다. 각자의 일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문제 해결에 이르렀는지,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30년 넘게 현업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며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독자를 창작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 책의 마지막 대담에서 진정성의 가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웅현은 “진정성은 설득 포인트가 아니라 생존 포인트”라고 대답한다.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고, 진정성 있게 일을 대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즉 착한 기업이 살아남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이 사랑받고, 느슨한 잣대로 판단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유명인들의 사례를 보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일의 본질을 살피는 이들의 생각은, 창작의 영역을 포함해 모든 일터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며 일을 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 일터의 현장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이자 힘을 실어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교보문고. 내가 살면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광고와 디자인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김신: 박웅현 대표님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셨는데요. 유학은 언제 다녀오신 건가요? 박웅현: 1987년 12월에 제일기획에 입사했고, 그 회사 9년 차인 1996년에 유학을 갔습니다. 당시 삼성에서 만든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소시오 MBA'와 ‘테크노 MBA’라는 게 있었어요. 삼성 직원 중에서 50명 정도를 뽑아서 2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주면서 유학을 보내줬지요. 미국 상위 20위권 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고 학교에 들어가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거기에 지원을 한 거예요. 입사 초반에는, 그러니까 3~4년 차까지는 회사생활이 정말 힘들었고,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4년 차, 5년 차부터 재미가 붙었지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제일모직 빈폴 광고),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 이런 카피를 만들면서 막 재미가 붙어서 일하고 있는데, 삼성에서 그런 걸 뽑는다고 하는 거예요. 뽑히기만 하면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였지요. 그래서 응모를 했고, 운 좋게 제가 선정된 거지요. 운이 좋았던 건 삼성에서 내놓은 기준들에 제가 거의 다 맞았던 거예요. 7년 차 이상이어야 한다, 근속 연수가 3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최근 2년간 업무 고과에서 B+ 이상이어야 했고, 토익 2급 이상, 이런 조건에 다 맞았던 거죠(p. 34). 김신: 회사를 다니시면서 영어 공부도 하셨나 봅니다. 박웅현: 특별히 시간을 내서 공부하지는 않았어요. 회사에서 응시료를 내주면서 일요일에 토익 시험을 볼 사람은 보라고 했거든요. 직원들은 대부분 안 가지요. 일요일에 쉬고 싶으니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돈 내고 보는 것도 아닌데 봐두자 해서 시험을 봤어요. 점수를 따놓으면 좋겠지 해서요. 대학교 때 『타임』지 동아리를 1년 반 동안 했거든요. 그래서 『타임』지를 쭉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 됐었고, 카투사도 그때 시험을 봤는데 합격했지요. 카투사도 갔다 오고 해서 영어는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따로 공부는 안 했지만 여차여차 운이 좋아서 유학을 가게 된 거지요(p. 35). 김신: 저는 '필연'이라는 말보다 '우연'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데요. 어떤 직업을 갖게 될 때 필연적이라기보다 우연적인 경우도 꽤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필연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금의 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나의 의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보는 태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만큼, 나는 어떤 사람도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갖고 의지를 발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면 누구나 두 분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p. 37). 오영식: 저는 슬로건을 정말 신중하게 써야 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 어쩌다 친구 따라 아이들을 돌봐주는 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 동네 벽에 "예절 바른 우리 동네, 윗사람에게 공손한 우리 동네" 이런 말을 내걸었는데, 여기 아이들은 예절이 바르지 않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절이 바르면 다른 말을 썼을 테니까요. "건강을 키우는 우리 동네" 이런 식의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슬로건은 단지 막연하게 좋은 말을 쓸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의 장점을 찾아서 써야 한다는 거죠. 토요타의 슬로건 'Today, Tomorrow, Toyota를 보면서 이 기업은 미래지향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사랑해요, 사람이 미래다' 이런 슬로건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웅현: 슬로건이라는 것은 파악되는 문맥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텍스트 그 자체만 놓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상황과 그 기업이 처하고 있는 도전, 그런 여러 가지 관점으로 텍스트를 봐야 하지요. 오영식: 한국의 기업 중에는 SPC그룹을 눈여겨볼 만할 것 같아요. 이 회사는 삼립빵으로 유명했는데 SPC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삼립빵’ 하면 보름달빵 같은 것만 연상되는데, 대기업 구조로 변하면서 삼립빵의 이미지가 완전히 없어진 거지요. 이런 경우는 성공적인 것 같아요. 박웅현: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의 반대축도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SPC가 삼립&샤니, 파리크라상 컴퍼니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nies의 앞 글자를 따서 SPC로 한 건 잘한 것 같아요. 기업의 이름에 대해 고민한 건 알겠는데, 그 반대 사례도 꽤 많습니다. 한때의 유행에 휩쓸려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전통적인 힘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진짜 많지요. 덴쓰라는 일본의 오래된 광고 회사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전보통신'의 줄임말인데 약간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름을 안 바꿨거든요. 한국을 보면 삼성은 그런 헤리티지를 지켜가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전력'을 예로 들어볼게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이라는(p. 60)단어와 '전력'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파워가 엄청난 이름이에요. 그런데 한국전력의 영어 이름을 줄인 명칭인 '켑코kepco'는 한국전력이 주는 아우라를 전혀 받아가지 못합니다. 주택공사도 한때 영어가 유행하던 그 시대를 조금 견뎌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택공사라는 이름이 주민들에게 더 큰 믿음을 주었을 텐데, LH가 되었거든요. 남양알로에 다 기억하시지요? 바뀐 이름이 '유니베라'입니다. 바꾼 지가 거의 10년이 넘었을 거예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요. 한때 영어 이름을 쓰는 게 유행이었죠. 은행도 국민은행이 KB로 바뀌었고, 대구은행은 DGB, 동부는 DB가 되고.... 그런데 요즘은 또 레트로가 유행이잖아요. 이제 영어보다는 '바르다 김선생' 같은 브랜드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지요. 너무 섣부르게 영어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손해를 보는 브랜드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김신: 좋은 소리와 좋은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바꾸는 경우는 좋지만, 어떤 유행 때문에, 그것도 영어로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거나 더 격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오래된 한국식 이름을 버리고 영문 이니셜과 뜻도 모를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는 건 저도 많이 안타깝습니다. 박웅현: 이런 게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우리의 고유한 한글 이름들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거기에다 전문가들이 옷을 제대로 입혀주면 이건 아주 단단한, 말하자면 '500년 종가' 같은 느낌이 있을 텐데, 잠깐 외국 물을 먹고 온 정체불명의 존재가 되는 거죠. 오영식: 박웅현 선배님이 지금 헤리티지와 관련된 말씀을 하셨는데, 이건 저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히스토리와 헤리티지는 다릅니다. 헤리티지는 말씀대로 켜켜이 쌓여서 전통이 되는 건데, 한때 유행으로 사라진 것들이 꽤 많지요(p. 61). 김신: 지난 20세기는 열심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쫓느라 우리 것을 경시했던 시대라면, 21세기에는 다시 우리 것의 소중함 또는 고유함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웅현: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느낀 게 외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힘이거든요. 「기생충」은 한국사회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예요. 그러니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고,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으면 먼저 자기를 주목해야 되는 거예요. 스티브 잡스가 "창의력이란 내가 잘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창의력이란 남이 잘하는 걸 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으로, 내가 잘 아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 「기생충」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창의력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볼 줄 아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p. 63). 김신: 대중은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합니다. 박웅현 대표님은 평소 어떻게 관찰을 하시나요. 박웅현: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그냥 유심히 볼 줄 아는 힘을 기르려고 노력은 하지요. 보는 힘은 점점 더 커져야 하거든요. 유심히 관찰하는 힘이 커져야 아이디어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무심히 보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고요. 책읽기도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전에는 무심히 봤던 걸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책들은 그래요. 때로는 거미줄 하나도 다시 보게 만들고, 때로는 저 녹색이 연녹색인데 그걸 아무(p. 90) 생각 없이 봐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요. 미술은 안 보이는 걸 보게 만들어준다고 하잖아요. 또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라고 했지요. 저보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들의 책은 저도 그들처럼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당신이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이유가 그림을 그리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자세히 봐야 하거든요. 나무를 그리려면 펜을 잡는 순간 나무 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뒤에 뭐가 있는지를 자세히 보잖아요.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듯 관찰하려고 하는 거지요. 관찰이 창의성의 핵심이라는 말은 제가 읽은 창의성 관련된 책에도 거의 똑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앙드레 지드 Andre Gide의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을 보면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자두를 보고 감동할 줄 알면 창의적인 사람이지요. 김신: 평범한 걸 보면서 경이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군요. 박웅현: 맞아요. 경이로움을 느끼는 거예요. 예전에 제가 사용하던 명함 뒤에 '서프라이즈 미surprise me'라는 문구가 있었거든요. 놀랄 줄 아느냐, 경탄할 줄 아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창의적이라는 이유가 그거지요. 잘 놀라니까요(p. 91). 김신: 먼저 시대의 흐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군요. 요즘에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광고가 나오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데, 여성과 남성의 역할 구분에 대한 저항이 심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p. 145). 박웅현: 지금 시대의 상식이 그쪽으로 가고 있고, 이제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그쪽을 향하고 있다는 거지요. 고정관념에 관해서 한번은 제가 이런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인데 레토르트 음식 광고였어요.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고, 뒤에서 남자를 끌어안은 여자가 "오빠, 배고파."라고 하니, 남자가 "기다려, 폼 나게 먹여줄게." 라고 하면서 그 음식을 먹는 광고가 한 20년 전에 나왔어요. 당시 그 광고를 제가 심하게 비판했거든요. 제 딸이 어릴 때 그걸 보고 있는데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 광고를 만든 곳이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여서, 그걸 만든 사람한테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반론이 들어온 거예요. 남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자가 뒤에 매달리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라는 거죠. 자연스러운 거라고 설명을 하는데,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아니라 왜 그걸 어젠다로 올렸느냐는 게 제 포인트였어요. 저 같으면 그렇게 올리지 않아요. 또 한 가지는, 제가 하지 않았을 고정관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카피예요. 그 카피가 정말 싫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수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 날 찌질하게 알고 있던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나를 여전히 찌질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 상황이겠죠. 그런데 내가 좀 괜찮아졌다고 설명할 시간은 없고, 길에서 "잘 지내냐? 오랜만이다." “응, 나 지금 이 차 타고 여기 온 거야."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심리가 있음은 알겠어요. 그런데 왜 하필 그걸 카피로 선택하느냐는 거지요. '대한민국 1퍼센트'라는 카피가 있었어요. 렉스턴이라는 차인데 그 카피도 저는 정말 싫었어요. 그런 고정관념이 있다고 칩시다. 그래도 저는 그런 것들에 도전하고 싶은 거예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같은 건 고정관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는 사람들이 호용을 해줬단 말이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도 고정관념에 저항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엄청나지요.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은 카피를 던졌는데,(p. 146) 받아준 거예요. 광고 메시지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믿고 카피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에 도전한다." 이것도 제가 쓴 카피예요. 남녀 문제입니다. 남녀 문제를 등장시켜서 광고를 만들어도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여생도를 모델로 삼아서 남녀 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게 차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고요. "오빠, 배고파. 기다려, 폼 나게 먹여줄게."라고 할 수도 있는 거지요. 거기서 어떤 걸 선택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김신: 세상의 상식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걸 굳이 광고의 소재로 삼아서 고정관념을 강화시켜줄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군요. 박웅현: 그게 제가 개인적으로 내세우는 어떤 가치이기도 해요. 왜 개인의 가치를 기업 광고에 반영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죠. 아까 광고는 예술이 아니라 상업이라고 얘기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봐야 해요. 그 '대한민국 1퍼센트'라는 카피 때문에, "그랜저를 보여주었다."라는 말 때문에, 그 차가 싫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말이지요. 반면에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라는 메시지는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거라 믿었던 거고요. 김신: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창작하는 사람이 완전히 객관적으로 작업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가치관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박웅현: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지요(p. 147). 김신: 일단 절대적인 경험의 양이 필요하고, 거기에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하겠네요. 재능인가요? 박웅현: 연륜은 어떤 환경에 자기 삶을 노출시켜 왔느냐의 합 같아요. 저는 재능이 생득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DNA 속에 천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느냐의 관계가 크다고 봅니다. 아주 유년 시절의 경험도 영향을 주거든요.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어느 정도 맞다고 봐요. 어릴 때 어떻게 했느냐, 그리고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칭찬을 받으면서, 어떤 책을 보면서, 어떤 영화를 보면서 컸느냐, 이런 것들의 합 같아요. 김신: 결론적으로 회의는 밀도가 가장 중요하고, 그 밀도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케미가 맞는 직원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죠. 저도 직장생활을 한 20년 해오다가 이제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데,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 건 사실이에요. 직장인이 받는 보수 중에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비용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재능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모아 케미를 맞추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연륜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두 분 말씀을 통해 깨닫습니다(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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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06】 앞서가는 사람들을 통한 힌트
